요즘 객잔 손님들이 그래. 밤에 풀벌레 소리가 줄었대. 여름엔 시끄러울 정도였는데, 이제는 드문드문 들린대. 뉴스에서도 기온이 떨어지면 풀벌레가 잦아든다고 했다더라.
한 손님은 그 소리가 없으니까 밤이 더 조용해서 오히려 잠이 안 온대.
근데 객잔 마당엔 아직 한 마리가 울어. 장작더미 밑 어딘가에서. 귀뚜라미야.
밤에 손님이 다 가고 나면 그 소리만 남아. 귀뚤귀뚤. 객잔 닫는 시간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마지막 손님 보내고 등을 끌 때 그 소리가 제일 크게 들려.
얼마 전 밤에 늦게까지 앉아 있던 손님이 있었어. 국은 다 먹었는데 그냥 앉아 있더라고.
그러다 마당 귀뚜라미 소리가 딱 끊겼어. 그 손님이 고개를 들더니 그러더라. "이제 진짜 겨울이 오나 보다." 그러고는 일어섰어. 그 소리가 그 손님한텐 아직 가을이라는 신호였나 봐.
무협 밤 장면은 대개 소리로 시작해.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갑자기 멈추면 뭔가가 온다는 신호야. 은신술 기척 얘기할 때 고수는 기척을 읽는다고 했잖아. 무협 고수는 풀벌레가 조용해지는 걸로 누가 다가온다는 걸 알아. 벌레가 먼저 기척을 느끼니까.
그 손님이 귀뚜라미 소리 끊기자 일어선 게 좀 무협 같았어. 오는 건 자객이 아니라 겨울이었지만.
객잔 마당 귀뚜라미가 언제까지 울지 몰라. 곧 그칠 거야.
그래도 장작더미는 그대로 둘 거야. 그 밑이 따뜻하면 한 마리쯤은 더 버틸지도 모르잖아.
계절 바뀌는 걸 소리로 느낀 적 있으면 들려줘. 객잔 마당 귀뚜라미는 아직 한 마리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