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째 같은 은행을 쓰신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지점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요.
그 은행 문자에는 매번 "고객님"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하셨습니다. 찾아간 적이 없는데 대접받는 기분이었다고요. 그 은행은 정확한 이름을 쓰고 있었습니다.
손님과 고객은 둘 다 나와 관계를 맺은 상대를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반갑게 맞고, 필요한 것을 묻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챙깁니다. 대접한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게 되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손님은 내 자리에 찾아온 사람이고, 고객은 나와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팔며 거래를 이어가는 사람입니다.
손님은 방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집에 찾아온 사람도 손님이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도 손님입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구경만 하다 나가도 손님이죠. 그래서 손님이라는 말에는 맞이한다는 뜻이 먼저 들어 있습니다. 문 앞에서 시작되는 관계입니다.
고객은 거래에 붙은 이름입니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쓰는 관계가 있고, 그 관계가 이어집니다. 찾아오지 않아도 고객입니다. 앱으로만 쓰는 은행, 매달 요금이 나가는 통신사가 그렇죠. 십 년째 지점에 안 가신 그 분은 손님은 아니지만 고객이었던 겁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가게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손님이고, 그 사람이 단골이 되면 손님이자 고객이 됩니다. 두 이름이 겹치는 자리가 많으니 헷갈리실 만하겠지요.
손님이라면 그 자리에서 잘 맞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객이라면 거래가 이어지는 동안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지금 어느 이름으로 서 있는지에 따라 챙길 것이 달라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대접하는 것은 같습니다. 찾아왔는지 거래하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