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쪽에서 언제 샀는지도 모를 봉지를 꺼내다가 손이 멈춘 저녁이 있었어요.
버리는 게 반복되면 자기를 탓하게 되죠. 그런데 대개는 살 때 이미 정해져 있어요.
가게에서 재료를 들이면서 알게 됐어요. 아무리 잘 관리해도 처음에 많이 들이면 반드시 남아요. 관리 문제가 아니라 양 문제였던 거예요.
집도 같아요. 냉장고 정리를 아무리 잘해도 살 때 많이 사면 버리게 돼요.
저희는 재료마다 며칠치를 들일지 정해뒀어요.
세 번째가 제일 크게 바뀐 부분이에요.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들이는 게 제일 많이 버려지더라고요.
가게 방식을 그대로 옮기기는 어려워서 저는 이 셋만 해요.
하나, 사기 전에 냉장고를 열어보기. 당연한데 안 하게 돼요. 사진을 한 장 찍어두고 장 보러 가시면 훨씬 나아요.
둘, 반만 사기. 특히 채소나 과일이요. 다 먹고 또 사면 되는데 우리는 늘 다음에 못 올 것처럼 사요.
셋, 자리를 정해두기. 냉장고 한 칸을 먼저 먹어야 할 것 자리로 정해두세요. 새로 산 걸 뒤에 넣고 원래 있던 걸 앞으로 당기시면 돼요.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두 개 사면 싸게 주는 걸 자주 사게 되죠. 그런데 하나를 버리면 결국 제값보다 비싸게 산 셈이에요. 저도 가게 초기에 그렇게 몇 번 손해를 봤어요.
지금은 값이 싸도 다 못 쓸 것 같으면 안 사요. 그 계산이 몸에 붙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냉장고가 꽉 차 있으면 든든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더라고요.
바꾸시려면 뭘 버리는지부터 아셔야 해요.
일주일만 버릴 때마다 뭘 버렸는지 적어보세요. 대개 같은 게 반복돼요. 저는 그렇게 해보고 채소를 매번 버린다는 걸 알았어요. 그 뒤로는 채소만 이틀치씩 사요.
자꾸 버리게 되는 게 뭔지 하나만 떠올려보세요. 거기부터 바꾸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