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더를 고르실 때 가격보다 먼저 보셔야 할 게 있어요. 방식이 두 가지로 갈려요.
집에서 쓰던 분쇄기를 들고 오신 분이 계셨어요. 통을 열어보니 고운 가루와 굵은 조각이 같이 섞여 있더라고요.
칼날이 돌면서 원두를 때려서 부수는 방식이라 그래요. 오래 돌리면 잘게는 되는데 크기가 안 고르게 돼요.
가게에서 쓰는 건 전부 뒤쪽이에요. 크기가 고르지 않으면 같은 물에도 어떤 조각은 과하게 우러나고 어떤 조각은 덜 우러나거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고운 가루는 빨리 우러나서 쓴맛을 내놓고, 굵은 조각은 늦게 우러나서 신맛만 남겨요. 둘이 한 잔에 섞이면 쓰면서 동시에 신 이상한 맛이 나요.
집에서 내린 커피가 어딘가 지저분하게 느껴지신다면 그게 원인인 경우가 많아요. 원두를 바꾸시기 전에 갈린 상태를 한번 보세요. 손바닥에 조금 덜어보면 바로 보여요.
저도 처음엔 칼날식으로 시작했어요.
요령이 있어요. 계속 돌리지 마시고 짧게 끊어서 여러 번 돌리세요. 그리고 중간에 통을 흔들어서 위아래를 섞어주시면 훨씬 고르게 나와요. 한 번에 오래 돌리면 열도 나서 향이 빠져요.
그리고 칼날식은 드립보다 프렌치프레스처럼 굵게 쓰는 방식에 더 잘 맞아요. 굵은 쪽은 편차가 좀 있어도 덜 티가 나거든요.
방식만 정해지면 그건 취향 문제예요.
수동은 버 방식이면서도 값이 부담 없고 조용해요. 대신 팔이 아파요. 한 잔 분량에 일 분쯤 걸려요. 아침에 바쁘시면 그게 꽤 크게 다가와요.
전동은 편한데 자리를 차지하고 소리가 나요. 집에서 새벽에 쓰시면 식구들이 깨요. 저는 이것 때문에 집에서는 수동을 써요.
비싼 걸 사는 것보다 방식을 맞게 고르는 게 먼저예요.
물로 씻지는 마세요. 쇠라서 녹이 슬어요.
마른 솔로 털어내시면 충분해요. 기름 도는 원두를 자주 쓰시면 안쪽에 얇게 막이 생기는데, 그때는 분해해서 마른 천으로 닦으시면 돼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넉넉해요.
지금 쓰시는 게 어느 방식인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뚜껑을 열었을 때 프로펠러처럼 생긴 날이 보이면 칼날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