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용으로 갈아 오신 원두를 프렌치프레스에 쓰셨다가 가루가 다 넘어왔다던 손님이 계셨어요.
기구마다 물이 원두와 함께 있는 시간이 달라요.
오래 머무는 기구는 굵게, 짧게 지나가는 기구는 곱게 갈아야 해요. 그래야 뽑히는 양이 맞아요. 이 하나가 원리의 전부예요.
굵기가 안 맞으면 바로 티가 나요.
너무 곱게 갈았을 때 — 물이 안 내려가거나 쓴맛이 세요. 프렌치프레스면 가루가 다 넘어오고요.
너무 굵게 갈았을 때 — 물이 그냥 빠져나가요. 시고 밍밍해져요.
앞서 추출 수율 얘기할 때 말씀드린 그 증상이 여기서도 나와요.
숫자로 외우시기보다 감으로 잡으시는 게 편해요.
굵은 소금 정도면 프렌치프레스, 설탕 정도면 드립, 밀가루에 가까우면 에스프레소예요. 손바닥에 덜어서 비벼보시면 알 수 있어요.
저는 가게에서 매일 만지니까 손끝으로 구별해요. 집에서도 몇 번 해보시면 금방 잡히더라고요.
이게 제일 실용적인 얘기예요.
원두를 사시면서 갈아달라고 하시면 저희는 대개 드립용으로 갈아드려요. 제일 흔하니까요. 그런데 프렌치프레스를 쓰시면 그게 안 맞아요.
뭘로 내리실지 한마디만 해주시면 거기에 맞춰 갈아드려요. 그 한마디가 전부예요.
원두를 바꾸기 전에 굵기부터 보면 해결되는 경우가 훨씬 많더라고요.
기구를 여러 개 쓰시는데 매번 갈기 어려우시면 이렇게 하세요.
제일 자주 쓰시는 기구에 맞춰 갈고, 다른 기구에서는 시간으로 조절하세요. 굵은데 곱게 뽑고 싶으면 시간을 늘리고, 그 반대면 줄이시면 돼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맞춰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