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와 곧장 메뉴판만 보시다가 주문할 때 처음 고개를 드신 손님이 계셨어요.
몇 해 전에는 문이 열리면 대개 눈이 마주쳤어요. 제가 인사하면 받아주시고요.
지금은 그게 줄었어요. 들어오시면서 바로 메뉴판이나 휴대폰을 보세요. 그러다 주문할 때 처음 고개를 드시고요.
처음에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여쭤보면 인사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세요. 인사하면 뭔가 더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냥 조용히 커피만 사고 싶은데 대화가 시작될까 봐 피하시는 거예요.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저도 다른 가게에 손님으로 갈 때 그럴 때가 있어요.
큰 소리로 인사하던 걸 그만뒀어요.
지금은 고개만 살짝 숙여요. 눈이 마주치면 웃고, 안 마주치면 그냥 둬요. 그러면 손님이 고르실 수 있거든요. 인사를 받으실 분은 받으시고, 조용히 계실 분은 그냥 지나가시고요.
바꾸고 나서 오히려 먼저 말을 거시는 분이 늘었어요. 부담이 없어져서인 것 같아요.
인사를 줄인 거지 모른 척하는 건 아니에요.
늘 오시는 분이면 잔을 미리 데워두고, 앉으시는 자리를 비워둬요. 말은 안 해도 전해지더라고요. 나가실 때 잘 가시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한 것 같아요.
한 단골이 그러시더라고요. 여기는 아는 척을 안 해서 편하다고요. 그게 칭찬인지 한참 생각했는데, 지금은 칭찬으로 받아요.
인사는 반가움을 전하는 일인데,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우면 그건 이미 인사가 아니더라고요.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썼어요.
들어오시면서 인사 안 하셔도 괜찮아요. 저는 서운해하지 않아요. 오히려 억지로 인사하시느라 불편하신 게 더 마음에 걸려요.
조용히 오셨다가 조용히 가셔도 돼요. 그것도 저희 가게를 쓰시는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