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좋아할 만한 게 뭐냐고 물으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아이 나이를 두 번 고쳐 말씀하셨죠.
정확히 몇 살인지 헷갈리셨던 겁니다. 그래도 고르러 오셨죠. 이런 분이 요즘 어린이실에 부쩍 늘었습니다.
앞서 어린이 책 칸이 줄어드는 이유를 적으면서 어른과 같이 오는 비율이 늘었다고 했는데, 그 어른이 부모만은 아닙니다.
조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오시거나, 아예 혼자 오셔서 빌려 가시죠. 손님들 말씀으로는 부모가 맞벌이라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물으시는 게 좀 다르죠.
부모님은 대체로 수준을 물으십니다. 몇 학년용인지요. 앞서 아이 책 고르기에서 적었듯 그게 함정인 대목이고요.
조부모님은 뭘 좋아하는지를 물으십니다. 그런데 그걸 잘 모르시죠. 그래서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를 저한테 물으시는 이상한 자리가 생깁니다.
그럴 때 저는 나이 말고 다른 걸 여쭤보죠.
요즘 뭘 하고 노는지. 이게 제일 잘 듣습니다. 공룡이든 자동차든 하나 나오면 거기서 시작하면 되죠. 전에 빌려 간 게 있는지. 앞서 대출 이력 얘기를 적었는데, 아이 회원증으로 빌리셨으면 목록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할 수 있는지. 다음에 같이 오실 수 있으면 그게 제일 낫습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걸리는 게 있죠.
회원증이 없으면 못 빌리십니다. 앞서 가족 대신 빌리는 조건을 적었는데, 손주 회원증과 본인 신분증이 필요하죠. 그냥 오셨다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기계 앞에서 멈추십니다. 자동대출기요. 앞서 무인 기기 얘기를 적었는데 여기서도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실에 조부모님이 오시면 먼저 가서 여쭤보죠.
이 얘기를 불편으로만 남기고 싶지는 않죠.
빌려 가신 책을 아이가 좋아했다고 다음에 와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때 표정이 좋으시더군요. 고른 사람과 읽는 사람이 다른데도 그 사이가 이어지는 자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책을 고르는 일은 그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라, 잘 몰라도 할 수 있다.
저는 나이 말고 요즘 뭘 하고 노는지를 여쭤봤습니다. 한참 얘기하시더군요.
그 얘기로 세 권을 골라드렸죠. 다음에 오셔서 그중 한 권을 또 빌려 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