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 하나가 시골에 다녀오면서 신기한 걸 봤대. 추수 끝난 논에 하얀 덩어리가 여기저기 놓여 있더래. 사람 키만 한 둥근 거.
같이 있던 아이 손님이 그걸 보고 공룡알이라고 우겼대. 다들 웃었지. 근데 그 이름이 너무 그럴듯해서 객잔 손님들이 다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어. 뉴스에서도 들판의 하얀 공룡알 얘기가 나온 적 있다더라.
알고 보니 그게 볏짚이래. 벼를 베고 남은 짚을 둥글게 말아서 하얀 비닐로 싼 거래. 그렇게 두면 겨울 동안 소 먹이가 된다고 하더라.
손님 할아버지가 농사를 지어서 알려줬대. 옛날엔 볏짚을 볏가리로 쌓아뒀는데 요즘은 저렇게 만다고. 모양은 달라도 하는 일은 같대. 겨울을 나는 거.
그 얘기 들으면서 생각했어. 짚은 쓸 데가 정말 많아.
맨발 걷기 얘기할 때 무협 고수는 짚신 한 켤레가 전부라고 했었지. 그 짚신이 볏짚으로 만든 거야. 객잔 고양이 집에도 짚을 깔았고, 그릇 삶을 때 불쏘시개로도 써. 죽립도 대나무 말고 짚으로 엮은 게 있대.
그러니까 볏짚은 강호를 걷게 하고, 객잔을 따뜻하게 하는 재료야.
무협 농사 얘기를 전에 적었어. 밥은 먹는데 짓는 사람이 없다고. 무협엔 들판 풍경이 거의 안 나와.
산이랑 강이랑 도시는 나오는데, 추수하는 들판은 잘 안 보여. 무협 인물들은 그 들판을 지나가기만 해. 근데 그 들판에서 나온 짚으로 짚신을 엮고, 그 짚신을 신고 강호를 걸어.
객잔에서 이제 볏짚 뭉치는 다 공룡알이야. 아이 손님이 붙인 이름이 그대로 남았어.
별호는 누가 붙여주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자기가 지으면 안 먹히고 남이 붙여줘야 한다고. 공룡알도 그래. 아이가 붙인 이름이 들판의 별호가 됐어.
시골 들판에서 본 신기한 거 있으면 들려줘. 객잔 손님들이 또 이름 붙여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