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서 손님들한테 구파일방을 하나씩 대보라고 했어. 소림, 무당, 화산, 아미… 잘 나가다가 다들 한 군데서 막혀.
공동파. 이름은 들어봤는데 뭐 하는 덴지 모르겠대. 그게 공동파의 자리야.
구파일방 정리할 때 다 외울 필요 없다고 했잖아. 공동파는 바로 그 외울 필요 없는 쪽에 자주 들어가는 문파야.
공동산은 중국 서북쪽에 실제로 있는 산이래. 도가 쪽으로 오래된 산이라고 하더라.
중원에서 보면 좀 서쪽 변두리야. 곤륜처럼 아주 멀지도 않고, 무당처럼 한가운데도 아니고. 그 어중간한 거리가 공동파 존재감이랑 비슷해.
무협에서 공동파는 주로 어디 나오냐면, 무림맹 회의 자리야.
큰 문파들이 모여서 떠들 때 한쪽에 앉아 있어. 말은 별로 안 해. 큰 문파 의견에 따라가거나, 가끔 반대해서 분위기를 흐리거나. 무림맹은 왜 늘 무능하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그 무능한 회의의 머릿수를 채우는 역할이 공동파 같은 문파야.
그래서 공동파 인물은 대개 조연의 조연이야.
이게 재밌는 지점이야. 존재감이 없으니까 작가가 마음대로 쓸 수 있어.
소림이나 무당은 이미 얼굴이 정해져 있어서 함부로 못 바꿔. 근데 공동파는 독자가 아무 인상이 없잖아. 그러니까 배신자 문파로 써도 되고, 숨은 강자로 써도 돼. 빈 도화지인 거지.
그래서 가끔 공동파가 갑자기 판의 중심에 서는 글이 있어. 그럴 땐 작가가 뭔가 준비한 거야.
우리 객잔에도 그런 손님이 있어. 늘 오는데 이름을 아무도 몰라. 조용히 와서 먹고 가.
근데 어느 날 그 손님이 다른 손님 싸움을 한마디로 말렸어. 다들 놀랐지. 존재감 없던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선 거야.
그날 이후로 손님들이 그 사람을 공동파라고 불러. 본인은 무슨 뜻인지 몰라.
존재감 없는 문파가 주인공 쪽에 서는 글 알면 알려줘. 나 그런 거 찾고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