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휴대폰 화면을 보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한 달 동안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고요. 힘든 일이 있었는데 말하기 싫어서 그냥 끊어 버렸다고 하시더군요. 쌓인 메시지를 보니 이제 와서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말할 기운이 없습니다. 힘든 일을 설명하는 것조차 버겁죠. 걱정 끼치기 싫습니다. 앞서 괜찮은 척하는 게 습관이 된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힘든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사라지는 쪽을 고르게 되더군요. 혼자 정리하고 싶습니다. 앞서 니체 귀향 뜻을 적으며 고독을 고향이라 했는데, 힘들 때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릅니다. 힘든 일을 꺼낼 말을 찾지 못해 아예 입을 닫게 됩니다.
연락을 끊는 건 쉬운데, 돌아가기가 훨씬 어렵죠. 시간이 지날수록 설명해야 할 것 같은 게 늘어나죠. 앞서 멈췄다 다시 시작 못 하는 마음을 적었는데, 관계도 그렇습니다. 오래 끊길수록 문턱이 높아지죠.
그리고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두렵습니다. 그 걱정이 또 연락을 미루게 하더군요. 앞서 답장을 미뤄둔 메시지가 쌓일 때를 다룬 글이 있는데, 그 마음과 닮아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도 여러 번 사람들을 떠나 고독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늘 다시 내려왔죠. 앞서 오랜만에 사람 만나면 어색한 마음을 적으며,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겠죠. 다만 니체에게 고독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돌아올 힘을 채우는 곳이었죠.
닫았던 문 앞에서 오래 머뭇거리지 마라. 문은 열 때마다 처음처럼 무겁지만, 한 번 열리면 바람이 다시 드나든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겠죠. "그동안 좀 힘들었어"면 충분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됩니다. 한 사람부터 시작하십시오. 모두에게 한꺼번에 답하려 하면 버겁습니다. 가장 편한 한 사람에게만요. 짧게 보내십시오. 앞서 짧은 글도 오래 고치는 성격을 적었는데, 첫마디는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다음엔 끊기 전에 한마디만 남기십시오. "요즘 좀 조용히 지낼게." 그 한마디가 돌아올 문을 열어 둡니다.
그 손님은 결국 가장 오랜 친구에게만 "잘 지냈어?"라고 보내셨습니다. 몇 분 만에 답이 왔다고요. 걱정했다고, 언제든 얘기하고 싶을 때 하라고요. 그 답 하나에 마음이 풀렸다고 하시더군요.
힘들어 문을 닫고 싶은 날은 또 올 겁니다. 그래도 저는 닫기 전에 한마디를 남겨 두고, 돌아갈 때는 짧은 첫마디로 다시 그 문을 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