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에 앉은 손님 넷이 한 시진쯤 얘기했어. 나는 옆에서 들었지.
그런데 어디서 왔냐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왔어. 날씨 얘기하고 값 얘기하고 길 얘기까지 했는데 그건 안 물었어.
객잔에서 오래 있어 보면 첫 마디가 뭐였는지를 알아.
예전엔 어디서 왔냐가 첫 마디였어. 그러면 거기서 얘기가 시작됐지. 동행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같은 방향이면 같이 간다고. 그걸 알려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야 했어.
근황 얘기를 적을 때도 비슷하게 썼어. 강호에선 안부가 실제 정보였다고. 그 안부의 시작이 고향이었고.
단골한테 물어보니 밖에서도 그렇대. 처음 본 사람한테 어디서 왔냐고 묻는 게 실례처럼 됐다고.
옆 가게 사장도 같은 말을 했어.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본 것만 적을게.
한쪽으로 몰고 가진 않을게. 안 묻는 게 나쁜 게 아닐 수도 있어.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답하기 곤란한 사람이 있잖아. 돌아갈 데가 없거나, 떠나온 사정이 있거나. 객수 얘기를 전에 적었어. 집 아닌 데 오래 있으면 생기는 그거.
그러니까 안 묻는 게 그 사람 사정을 안 건드리는 방식일 수도 있어. 요즘은 다들 진짜 이름을 안 댄다는 얘기를 무협 쪽에서도 적었는데, 객잔에선 원래 그게 예의였다고 했잖아.
다만 하나는 걸려. 고향 얘기가 빠지니까 얘기가 붙을 데가 하나 줄었어.
넷이 한 시진을 얘기했는데 그게 다 날씨랑 값이었어. 서로에 대한 건 하나도 안 나왔지. 나쁜 자리는 아니었는데 다음에 또 만날 이유는 안 생겼을 거야.
동문 얘기를 전에 적었어. 오래 안 봐도 호칭이 남아 있으면 다시 말 붙이기가 쉽다고. 고향도 그런 거였던 것 같아. 아는 게 하나 있으면 다음이 생기잖아.
객잔 주인은 손님한테 어디 가냐고 안 묻는다고 내가 전에 적었어. 남 사정을 알면 빚이 생기니까.
그 규칙은 그대로 둘게. 대신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면 안 끊어. 어디서 왔다고 먼저 꺼내는 손님이 가끔 있는데, 그러면 나는 그 얘기를 오래 들어.
묻지는 않고 듣기는 하는 거. 지금 내가 찾은 선이 그 정도야.
어디서 왔는지 말 안 해도 돼. 다만 말하고 싶으면 나는 들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