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 하나가 기차 여행을 다녀왔대. 가을이라 창밖 단풍 보러. 요즘 단풍 기차 여행이 인기라고 뉴스에도 나왔다더라.
창밖으로 산이 물들어 있고, 강이 따라 흐르고. 몇 시간을 그냥 앉아서 봤대. 걸으면 며칠 걸릴 길을 반나절에 지나갔대.
재밌는 건 그 손님이 창밖 풍경보다 옆자리 할머니 얘기를 더 했다는 거야.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삶은 달걀을 나눠줬대. 처음 본 사이인데. 그걸 계기로 한참 얘기를 나눴대. 할머니 고향 얘기, 손주 얘기. 내릴 때 할머니가 귤까지 쥐여줬대.
맨발 걷기 얘기할 때 같이 걷는 사람들 얘기를 했는데, 기차에서도 그랬던 거야.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 풍경보다 오래 남아.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 나그네들은 그 길을 걸었어. 며칠, 몇 주씩.
관도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강호에도 큰길이 따로 있었다고. 그 길을 따라 걷다가 해가 지면 객잔에 묵고, 날이 밝으면 또 걸어. 역참 얘기도 했었지. 쉬어 가는 자리가 있었다고.
기차로 반나절이면 갈 길을 무협 나그네는 며칠에 걸쳐 갔어. 그만큼 길에서 만나는 사람이 많았겠지.
무협 이야기가 대개 길 위에서 시작하는 이유가 그거야. 걷는 동안 만나니까.
여로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혼자 다니기 편해진 건 강호엔 없던 일이라고. 무협 나그네는 길에서 동행을 구하고, 객잔에서 합석하고, 나루터에서 같은 배를 타. 느리니까 사람이 끼어들 틈이 있었던 거야.
기차 손님 옆자리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빠른 기차 안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끼어들어.
나는 객잔에서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맞아. 기차는 객잔 앞을 안 지나가지만, 걸어서 오는 손님은 아직 있어.
길 위에서 만난 사람 기억나면 들려줘. 기차든 걸어서든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