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 저녁이 시끄러워. 가을야구 때문이래. 정규 시즌 끝나고 몇 팀만 올라가서 겨루는 거라고 손님들이 알려줬어.
손님마다 응원팀이 달라. 경기 있는 날엔 다들 소식 들으러 일찍 와. 이기면 한 잔 더 시키고, 지면 말이 없어져.
나는 야구를 잘 몰라. 근데 그 열기는 알아보겠더라.
어느 날 응원팀이 다른 손님 둘이 옆 탁자에 앉았어. 처음엔 서로 신경전이었지. 한쪽이 점수 얘기하면 다른 쪽이 콧방귀 뀌고.
근데 경기가 길어지니까 어느새 같은 탁자로 옮겨 앉아서 같이 보고 있더라. 끝날 때쯤엔 서로 술을 따라주고 있었어.
다투는 것 같아도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지.
그걸 보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에도 사람들이 문파 편을 드는 장면이 많아.
무림대회 얘기를 전에 적었어. 다 모아놓고 겨루는 자리. 거기엔 겨루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구경꾼이 잔뜩 있어. 소림이 이기면 환호하는 쪽, 무당이 이기면 환호하는 쪽.
그 구경꾼들은 문파 제자도 아니야. 그냥 그 문파가 좋은 사람들이지. 고향 근처 문파라서, 어릴 때 그 문파 얘기를 듣고 자라서.
손님들한테 왜 그 팀을 응원하냐고 물어봤어. 답이 다 달라.
고향 팀이라서, 아버지가 응원해서, 처음 본 경기에서 이겨서. 이유가 실력이 아니야. 인연이야.
무협도 그래. 사람들이 문파 편을 드는 건 그 문파가 제일 세서가 아니라 자기랑 엮여 있어서야. 무협 관계 정리할 때 사람이 엮이는 방식을 적었는데, 응원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아.
제일 좋았던 건 지는 날이야. 진 팀 손님이 술을 비우면서 그러더라. 그래도 다음에도 응원할 거래.
무협에서도 몰락한 문파를 끝까지 편드는 사람이 있어. 다들 떠날 때 남는 사람. 그 사람이 대개 문파를 다시 일으키는 이야기의 시작이 돼.
응원하는 팀 경기 있는 날 객잔 와. 누구 편이든 국은 똑같이 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