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에 오는 손님들 얘기에 운동회가 자주 나와. 가을이라 아이 학교마다 운동회를 한대.
한 손님은 아이 운동회 다녀와서 목이 쉬었대. 응원하느라. 다른 손님은 부모 달리기에 끌려 나갔다가 넘어졌대. 다들 웃었지.
청팀 백팀으로 나눠서 줄다리기하고, 박 터뜨리고, 계주 달리고. 나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게 들었어.
재밌는 게 있었어. 한 손님 아이가 달리기에서 앞서 달렸대. 근데 옆 친구가 넘어지니까 멈춰서 일으켜줬대. 그래서 등수는 밀렸고.
그 손님이 그 얘기를 한참 했어. 등수 얘기는 한 줄이었고. 표정이 1등 했을 때보다 더 좋아 보였어.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 문파 안에서도 제자들끼리 겨루는 날이 있어.
내문 외문 얘기를 전에 적었지. 같은 문파 안에도 안팎이 있다고. 무협에선 그 안팎이나 사부가 다른 제자들끼리 편을 갈라서 겨뤄. 누가 더 늘었는지 보는 거지.
그날은 사부들도 긴장해. 자기 제자가 지면 체면이 깎이니까. 운동회 날 부모들이 목 쉬는 거랑 똑같아.
근데 잘 쓴 무협에서 그런 겨루기 장면은 대개 이기는 게 핵심이 아니야.
누가 어떤 수를 썼는지, 진 쪽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긴 쪽이 진 쪽한테 뭐라고 했는지. 사부는 그걸 봐. 실력보다 그릇을 보는 거지.
넘어진 친구를 일으킨 아이 얘기가 딱 그거였어. 무협 사부가 봤으면 그 아이를 제일 먼저 눈여겨봤을 거야.
객잔엔 운동회가 없어. 대신 손님들이 운동회 얘기를 들고 와.
나는 그 얘기 듣는 게 좋아. 다들 아이 얘기를 하는데, 결국 자기 어릴 때 운동회 얘기로 넘어가거든. 박 안 터져서 울었던 얘기, 계주에서 바통 떨어뜨린 얘기.
운동회 추억 하나 들려줘. 넘어졌던 얘기든 이겼던 얘기든 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