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가 낡아서 새걸 샀어. 그런데 석 달이 지나도록 헌 걸 쓰고 있더라고.
손에 익어서 그래. 그 얘기를 적어둘게.
먼저 정직하게 적으면 새것이 낫긴 해.
자루가 안 흔들리고 이가 안 나갔어. 헌 건 한쪽이 닳아서 기울어. 국물을 뜨면 조금씩 흘러.
그런데 그 기울어진 만큼 내 손이 맞춰져 있어. 새걸 잡으면 오히려 흘려.
이게 제일 큰 이유야. 바꾸면 며칠은 손해를 봐.
손이 다시 익을 때까지 느려지고 실수가 늘어. 바쁜 날에 그러면 그날 장사가 밀리지. 일손 얘기를 전에 적었어. 혼자 보면 순서가 통째로 밀린다고.
그래서 안 바쁜 날에 바꾸면 되는데, 안 바쁜 날엔 헌 걸로도 충분하니까 또 안 바꿔. 바꿀 이유가 있는 날엔 못 바꾸고 바꿀 수 있는 날엔 이유가 없어.
무협에서 병기를 잘 안 바꾸잖아. 명검은 왜 이름이 있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이름을 붙이면 인물이 된다고.
그런데 이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손에 익어서야. 검과 도가 다르다는 얘기를 적을 때 병기를 고르면 성격이 정해진다고 썼는데, 오래 쓰면 그 병기에 맞춰 몸이 굳거든.
병기가 부러지는 장면이 왜 그렇게 크냐면 그래서야. 다시 못 만든다는 것도 있지만 다시 익혀야 하는 시간이 통째로 드는 거지.
석 달 만에 바꿨어. 헌 게 이가 더 나가서 어쩔 수 없었지.
바꾸고 나서 닷새쯤 어색했어. 그러고 나니 괜찮아지더라고. 결국 며칠이었던 거야. 석 달을 미룬 게 닷새 때문이었던 셈이지.
객잔 값 올리기 얘기를 전에 적었어. 올려야 하는 걸 알면서 사흘을 못 붙였다고. 이것도 같은 자리인 것 같아. 셈은 아는데 손이 안 가는 거.
솔직히 적으면 지금도 하나 있어. 오래 쓴 칼이야.
날이 많이 닳았는데 못 바꾸겠어. 새로 갈면 되는데 갈면 또 다른 손이 되니까. 이건 이유가 셈이 아니라 그냥 정이야.
되판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값이 안 나가는 걸 못 버린다고. 그때는 손님 얘기로 적었는데 나도 똑같더라고.
손에 안 맞는 게 있으면 말해줘. 나는 내 손만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