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객잔 구석 자리에 뜨개질하는 손님이 와. 차 한 잔 시켜놓고 바늘 두 개로 실을 떠.
처음엔 좀 신기했어. 객잔에서 뜨개질하는 사람은 처음 봤거든. 근데 그 손님은 아주 자연스럽게 앉아서 몇 시간씩 떠. 목도리를 뜨고 있대. 겨울 오기 전에 손주 주려고.
그 손님은 얘기하면서도 손이 안 쉬어. 바늘이 계속 움직이지. 눈은 나를 보는데 손은 혼자 일하는 거야.
무협 고수처럼 몸이 기억하는 거래. 수십 년 했더니 이제 안 봐도 된다고. 무공이랑 똑같더라고. 철사장 얘기할 때 매일 반복한 게 손을 바꾼다고 적었는데, 이 손님 손이 딱 그거야.
어느 날 그 손님이 실뭉치를 떨어뜨렸어. 굴러서 옆 탁자 밑으로 들어갔지.
옆 탁자 손님이 말없이 주웠어. 그리고 풀린 실을 손으로 감아서 돌려줬어. 둘이 아는 사이도 아닌데. 뜨개질 손님이 고맙다고 하니까 그 손님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어.
그 뒤로 둘이 가끔 얘기를 해. 실뭉치 하나가 합석 없이 말을 트게 한 거지. 객잔 합석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모르는 사람 옆에 안 앉으려 한다고. 근데 실 하나로 이어지더라.
뜨개질 손님이 오는 날은 객잔이 좀 조용해져. 이상하지. 그 손님이 시끄럽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바늘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리니까, 다들 목소리를 낮추나 봐. 그 소리가 듣기 좋거든. 사각사각. 무협 객잔엔 칼 소리만 있는데, 우리 객잔엔 바늘 소리가 있어.
며칠 전에 그 손님이 목도리를 보여줬어. 거의 다 됐대. 짙은 남색. 손주가 좋아하는 색이래.
다 뜨면 이제 안 오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웃더라. 다음엔 장갑이래. 겨울 내내 올 거래.
손으로 만든 것 중에 아끼는 거 있으면 들려줘. 객잔엔 그런 얘기 듣는 자리가 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