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하나가 객잔에서 누구랑 얘기하다가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하는 걸 들었어. 지나가는 말이었어.
나는 못 들은 척했어. 그 손님이 크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았거든. 근데 부엌에 들어가서 계속 생각났어. 뭘 해줘야 하나.
먼저 생각한 건 크게 하는 거였어. 객잔 손님들 다 같이 축하해주는 거.
근데 그 단골은 조용한 사람이야. 늘 구석에 앉아서 혼자 먹고 가. 다 같이 박수 치면 그 손님은 아마 도망갈 거야.
말수 얘기를 전에 적었어. 손님들 말이 짧아진 걸 세봤다고. 이 손님은 그중에서도 제일 짧은 쪽이야. 그런 사람한텐 큰 축하가 오히려 짐이야.
그래서 작게 하기로 했어. 그 손님이 늘 시키는 국에 달걀 하나를 더 넣었어. 아무 말도 안 하고.
국을 받은 손님이 달걀을 보더니 한참 말없이 웃었어.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국을 내려다보면서.
다 먹고 갈 때 한마디 했어. "잘 먹었어." 평소랑 똑같은 말인데 좀 다르게 들렸어.
무협 읽다 보면 생일 장면이 거의 없어. 나와도 장문인 생신 잔치처럼 큰 행사야. 문파마다 하례를 보내고, 싸움이 나고.
평범한 사람 생일은 안 나와. 무협 인물들은 자기 생일을 챙길 틈이 없나 봐. 아니면 부모가 없는 주인공이 많아서일지도 몰라. 무협 부모 얘기 했었지. 주인공 부모가 왜 다 없냐고. 챙겨줄 사람이 없으면 생일도 없는 거야.
그날 알았어. 생일은 크게 축하하는 것보다 작게 기억해주는 게 맞는 사람도 있구나.
달걀 하나였는데, 그 손님은 다음 날 처음으로 나한테 먼저 인사했어.
생일에 받은 것 중에 작은데 오래 남은 거 있으면 들려줘. 나도 그런 걸 하나씩 배우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