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하나가 계산하면서 편지 한 통을 내밀었어. 다음에 어떤 손님이 오면 전해달래. 그 손님 생김새를 알려주고.
직접 주면 되지 않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얼굴 보고는 못 하는 말이라더라. 그래서 객잔에 맡긴대.
나는 받아서 계산대 밑 서랍에 넣었어.
편지 한 통인데 이상하게 무거웠어.
남의 말을 들고 있는 거잖아. 잃어버리면 안 되고, 열어보면 안 되고, 엉뚱한 사람한테 주면 안 돼. 전언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강호엔 말 옮기는 규칙이 있다고. 편지는 그 말이 종이에 담긴 거야.
그날부터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얼굴을 봤어. 이 사람인가.
며칠 지나서 그 손님이 왔어. 생김새가 딱 맞았어. 국을 내주면서 편지를 같이 건넸지.
그 손님은 봉투를 보더니 누가 보낸 건지 바로 아는 눈치였어. 근데 그 자리에서 안 읽었어. 품에 넣고, 국부터 다 먹었어. 천천히.
다 먹고 일어나면서 나한테 한마디 했어. "맡아줘서 고마워." 그러고 나갔어.
그 손님이 편지를 언제 읽었는지는 몰라. 나간 다음 길에서 읽었을지, 집에 가서 읽었을지.
나는 그게 좋았어. 편지는 받는 사람 거니까. 객잔은 전해주는 데까지만이야. 그다음은 그 사람 몫이지.
무림엔 왜 편지가 없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전음이라는 반칙 때문이라고. 고수들은 멀리서도 말을 보내니까 종이가 필요 없대.
근데 객잔 편지를 맡아보니까 알겠어. 얼굴 보고 못 하는 말은 전음으로도 못 할 거야. 그런 말은 종이에 써서 남한테 맡기는 거지. 무협 객잔에도 분명 그런 서랍이 있었을 거야.
누가 너한테 맡긴 거, 아니면 네가 맡긴 거 있으면 얘기해줘. 맡긴다는 게 생각보다 큰 일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