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벽에 차림표가 붙어 있어. 뭘 파는지 적어둔 종이. 처음 객잔 열 때 써 붙인 거야.
근데 그게 누렇게 바랬어. 글씨도 번지고, 새로 넣은 메뉴는 옆에 대충 덧붙여 써서 엉망이었지. 손님 하나가 그러더라. 암호 같다고. 그래서 새로 쓰기로 했어.
새로 쓰면서 순서를 고민했어. 뭘 맨 위에 둘까.
예전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었어. 국, 국수, 만두, 술. 그리고 맨 아래에 작게 아침 죽. 객잔 아침 죽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속 불편한 손님한테 쒀주다가 아침 차림에 넣었다고. 그때 대충 맨 아래 적어둔 거야.
이번엔 죽을 위로 올렸어. 아침에 오는 손님이 제일 먼저 보는 자리로.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생겼어. 그날부터 아침에 죽 찾는 손님이 두 배로 늘었어.
예전에도 죽은 있었거든. 근데 맨 아래 있으니까 다들 못 봤던 거야. 자리 하나 옮긴 것뿐인데. 객잔 간판 얘기할 때 뭘 적어두면 사람이 들어오냐고 했었는데, 차림표도 어디에 적느냐가 중요하더라.
글씨도 신경 썼어. 무협 서예 얘기할 때 글씨에 사람이 보인다고 했잖아. 객잔 차림표 글씨가 엉망이면 객잔도 엉망으로 보일 것 같았거든.
그래서 며칠 연습했어. 장부 귀퉁이에 몇 번씩 써보고. 결국 붙인 건 반듯하진 않지만 읽기는 쉬운 글씨야. 단골 하나가 그러더라. 객잔 주인 글씨답다고. 칭찬인지는 모르겠어.
차림표를 새로 쓰면서 값을 올릴까 잠깐 고민했어. 객잔 값 올리기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올려야 하는 걸 아는데 못 올린다고.
이번에도 못 올렸어. 새 종이에 같은 값을 적었지. 손님들이 그걸 보고 안심하는 눈치였어.
차림표에서 늘 눈에 들어오는 자리 있으면 알려줘. 다음에 새로 쓸 때 참고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