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젓가락 통을 탁자에 다 쏟아봤어. 짝을 맞춰보려고.
맞춰보니까 짝 안 맞는 게 한가득이야. 길이가 다르고, 색이 다르고, 나무가 달라. 하나는 짧고 하나는 길고.
언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젓가락은 하나씩 사라져. 둘이 같이 없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탁자 밑으로 굴러가고, 손님이 들고 나가고, 설거지하다 부러지고. 그러면 남은 한 짝이 통에 남아. 그게 다른 짝 잃은 놈이랑 새로 짝이 되는 거지.
대청소 할 때 탁자 밑에서 젓가락이 나왔다고 적었는데, 그것도 다 짝 잃은 놈들이었어.
재밌는 손님이 있어. 짝 안 맞는 젓가락을 일부러 골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게 더 잘 집힌대. 긴 쪽으로 누르고 짧은 쪽으로 들어 올리면 편하다나. 나는 해봤는데 잘 모르겠어. 그 손님만 아는 요령인가 봐.
그 뒤로 그 손님 자리엔 짝 안 맞는 걸 일부러 놓아줘.
한꺼번에 새로 살까 생각도 했어. 다 똑같은 걸로.
근데 막상 쏟아놓은 걸 보니까 하나하나 기억이 나. 이건 처음 객잔 열 때 산 거, 이건 장날 덤으로 받은 거, 이건 손님이 두고 간 거. 객잔 연장 얘기할 때 손에 익은 걸 못 바꾸겠다고 했는데, 젓가락도 그래.
그래서 새로 산 건 조금만 섞었어. 짝 잃은 놈들은 그대로 두고.
무협에서 젓가락은 가끔 무기가 돼. 고수가 젓가락으로 날아오는 암기를 집어. 아니면 젓가락을 던져서 상대 손을 맞혀.
그 장면 읽을 때마다 생각해. 그 젓가락은 누가 다시 짝 맞춰줬을까. 던진 건 한 짝이잖아. 남은 한 짝은 통에 들어가서 다른 놈이랑 짝이 됐겠지.
너희 집 수저통에도 짝 잃은 놈들 있으면 얘기해줘. 어디로 사라지는지 같이 추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