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손님이 있어. 자리에 짐을 놓고 나가. 한참 있다 와.
그동안 아무도 그 자리를 안 건드려. 다른 손님도 안 앉고 나도 안 치워.
궁금해서 며칠 봤어. 짧으면 잠깐이고 긴 건 꽤 오래야.
먹던 게 식어서 다시 데워준 적도 있어. 그 정도로 비우는 경우도 있더라고.
나갔다 오는 손님 얘기를 전에 적었어. 그때는 잠깐 나갔다 오는 걸로 봤는데 지금은 좀 달라. 아예 볼일을 보고 와.
두고 간 물건 얘기를 전에 적은 적이 있어. 잊고 간 걸 어떻게 보관하느냐는 얘기였지.
이건 달라. 잊은 게 아니라 일부러 두는 거야. 돌아올 거라는 뜻으로 두는 거니까.
그래서 나도 다르게 다뤄. 잊고 간 건 챙겨서 보관해. 맡긴 건 그 자리에 그대로 둬. 옮기면 안 되더라고. 옮기면 돌아와서 자리를 잃은 게 되니까.
옆 가게 이웃한테 물어봤어. 거기는 시간이 지나면 치운대.
기다리는 손님이 있는데 자리가 노는 게 손해라는 거야. 맞는 말이지.
나는 아직 안 치워. 치우고 나서 그 손님이 돌아왔을 때가 더 무겁거든. 어느 쪽이 맞는지는 나도 몰라. 장사 방식이 다른 거고, 그 집이 틀렸다고 할 생각은 없어.
무협 쪽 얘기를 붙일게. 행낭이 놓인 자리는 임자가 있는 자리였어.
상석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강호에선 어디 앉느냐가 곧 서열이라고. 그러면 놓인 짐은 거기 누가 있다는 표시가 되는 거야.
남의 짐이 있는 자리에 앉는 건 시비를 거는 일이었어. 그러니까 거기선 이게 예의가 아니라 규칙이었지.
지금은 규칙이 아니잖아. 그런데도 다들 안 건드려. 아무도 안 정했는데 다들 지키고 있는 거야. 그게 좀 신기해.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게 원래 되는 건지 아닌지 몰라.
다만 짐을 두고 나간다는 건 여기 두면 괜찮다고 믿은 거잖아. 그 믿음을 내가 먼저 깨긴 좀 그래.
그게 되는 자리랑 안 되는 자리가 있을 것 같아. 겪은 게 있으면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