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걱정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객잔은 겨울 반찬을 미리 정해둔다고. 그 목록 첫 줄이 무 장아찌였어.
쌀 대주는 집에서 무를 한 자루 보내줬어. 밭에서 막 뽑았대. 흙이 묻어 있고, 잎이 싱싱하더라고.
나는 장아찌를 담가본 적이 없어. 그래서 단골 몇한테 물어봤지. 근데 사람마다 방법이 달라.
한 손님은 소금에 먼저 절이래. 다른 손님은 간장을 끓여서 부으래. 또 다른 손님은 그냥 된장에 박으래. 결국 제일 쉬워 보이는 걸 골랐어. 간장 끓여 붓기. 쌀 대주는 집 주인이 그게 실패가 적다고 했거든.
무를 씻고, 썰고, 항아리에 담고, 끓인 간장을 부었어. 하루 종일 걸렸지. 객잔 햅쌀 지을 때보다 손이 더 갔어.
항아리를 부엌 구석에 뒀는데, 뚜껑을 열 때마다 냄새가 퍼져. 짭짤하고 달큰한 냄새.
그러면 근처 탁자 손님들이 고개를 들어.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물어. 아직 멀었다고 하면 아쉬워하더라고. 한 손님은 아예 첫 그릇 예약을 했어.
객잔 냄새 얘기를 전에 적었잖아. 손님이 제일 먼저 맡는 게 냄새라고. 장아찌 냄새는 기다리게 만드는 냄새야.
장아찌는 기다려야 맛이 들어. 며칠 지나면 간장을 따라내서 다시 끓여 붓고, 또 며칠 기다리고. 그걸 몇 번 해야 한대.
곶감 얘기할 때 시간을 넣어야만 나오는 맛이 있다고 했잖아. 장아찌도 그래. 서두르면 짜기만 하고, 기다리면 깊어져.
무협 밥상엔 만두랑 술뿐이라고 적은 적 있어. 장아찌 같은 건 안 나와.
근데 생각해보면 강호를 떠도는 나그네한테 오래 두고 먹는 반찬만큼 반가운 게 없을 거야. 객잔마다 이런 항아리 하나쯤은 있었겠지. 작가가 안 적었을 뿐.
집에서 담그던 반찬 하나 들려줘. 객잔 항아리 옆에 하나 더 놓을지 고민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