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계단은 열두 칸이야. 그중 셋째 칸만 삐걱거려.
고칠까 하다가 말았어. 그 소리가 쓸모가 있거든. 누가 내려오는지 부엌에서 먼저 알아.
아래층은 밥집이고 위층은 잠자리라고 전에 적었지. 그 둘을 잇는 게 이 계단이야.
며칠 지나면 발소리로 누군지 알게 돼. 한 칸씩 무겁게 딛는 손님, 두 칸씩 건너뛰는 손님, 중간에 멈췄다 내려오는 손님.
멈췄다 내려오는 손님은 대개 짐을 놓고 온 거야. 다시 올라가는 소리가 곧 나. 그러면 나는 국을 불에서 잠깐 내려.
제일 알아보기 쉬운 건 셋째 칸을 피하는 손님이야. 한 번 울려본 사람은 다음부터 그 칸을 건너뛰어. 그래서 삐걱 소리가 안 나고 내려오면, 여기 며칠 묵은 사람이라는 뜻이지. 처음 온 손님은 꼭 한 번은 울리고 가.
나는 시계보다 계단을 믿어. 첫 발소리가 들리면 그게 객잔의 아침이야.
날마다 첫 발소리 시간이 조금씩 달라. 길 떠나는 손님이 있는 날은 일찍 울리고, 비 오는 날은 늦게 울려. 비 오는 날은 다들 나가기 싫거든.
그래서 계단이 조용하면 나도 서두르지 않아. 솥에 불 넣는 시간을 계단이 정하는 셈이지.
밤엔 올라가는 소리를 들어. 마지막 발소리가 끝나야 나도 등을 줄여.
가끔 계단 중간에 앉아 있는 손님이 있어. 올라가지도 내려오지도 않고. 그런 날은 말 걸지 않아. 그 사람한테는 거기가 방보다 편한 자리인 거야.
무협 읽다 보면 객잔 계단에서 싸움이 자주 나잖아. 난간 부서지고 사람 굴러떨어지고. 나는 그런 장면 볼 때마다 저거 누가 고치나 싶어. 객잔 주인 병이야.
셋째 칸은 언젠가 고칠 거야. 오래된 나무라 언제 꺼질지 모르거든.
근데 고치고 나면 한동안 허전할 것 같아. 소리 하나로 알던 걸 눈으로 확인해야 하니까.
계단이든 현관이든 소리로 사람을 알아보는 자리가 있으면 얘기해줘. 그런 얘기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