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닫는 시간 얘기를 전에 적었어. 마지막 손님을 어떻게 보내냐고.
근데 가끔은 닫으려는 순간 들어오는 손님이 있어. 등을 반쯤 줄였는데 문이 열려. 지친 얼굴로 아직 하냐고 물어.
그럴 때 나는 거의 늘 같은 걸 내. 국수야.
이유는 간단해. 빨리 돼. 육수는 낮에 끓여둔 게 있고, 면만 삶으면 끝이야.
그리고 늦은 시간엔 무거운 걸 먹기 싫잖아. 고기 볶고 밥 짓고 하면 손님도 기다리기 지치고 나도 지쳐. 국수는 둘 다 지친 시간에 맞는 음식이야.
한 그릇에 국물이랑 면이 같이 있으니까 상도 단출해. 치울 것도 적고. 객잔 주인 입장에선 이게 꽤 커.
늦게 온 손님들한테서 본 게 하나 있어. 국수를 내주면 젓가락보다 그릇부터 두 손으로 감싸.
낮 손님은 안 그래. 바로 젓가락 들고 먹어. 늦은 손님은 먼저 손을 녹이고, 김을 한 번 쐬고, 그다음에 먹어.
나는 그게 하루를 내려놓는 동작 같았어. 국수를 먹기 전에 오늘을 한 번 쥐었다 놓는 거지.
늦은 손님들은 말이 적어. 나도 일부러 말을 안 걸어.
낮엔 손님이 혼자 오면 이것저것 묻기도 해. 근데 밤엔 안 물어. 그 시간에 객잔에 오는 사람은 대개 말을 다 쓰고 온 사람이야. 더 꺼내게 하면 안 돼.
다 먹으면 그릇을 내 쪽으로 밀어주고 간다는 인사만 해. 그거면 충분해.
무협 읽다 보면 한밤중 객잔 장면이 꽤 나와. 비를 맞고 들어온 낭인, 쫓기다 숨어든 놈. 주인은 묻지도 않고 뭔가를 내줘.
예전엔 그게 그냥 분위기 내는 장면인 줄 알았어. 지금은 좀 알아. 늦은 시간 객잔 주인이 묻지 않는 건 배려야. 그 사람이 왜 늦었는지는 그 사람 몫이니까.
그래서 요즘은 닫기 전에 면을 다 쓰지 않아. 한두 그릇 분은 남겨둬.
안 오는 날이 더 많아. 그러면 다음 날 내가 먹으면 돼. 근데 누가 오는 날엔 그 남긴 면이 꽤 쓸모가 있어.
늦게까지 버틴 날 있으면 객잔 생각해. 국수 한 그릇 정도는 늘 남겨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