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갔다가 국화 화분을 하나 샀어. 노란 거, 작은 송이가 잔뜩 달린 거.
계획에 없던 거야. 지나가는데 냄새가 나서 멈췄어. 팔던 할머니가 가을엔 이거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들고 왔지.
그걸 객잔 창가에 놨어.
다음 날부터 보니까 국화 옆 자리가 먼저 차. 원래 그 자리는 바람이 들어와서 손님들이 피하던 데였어.
근데 꽃이 놓이니까 달라졌어. 특히 혼자 오는 손님이 거길 골라. 꽃이 옆에 있으니까 혼자 앉아도 덜 비어 보이나 봐.
객잔 창문 얘기를 전에 적은 적 있어. 어디를 내고 어디를 막았냐고. 창은 그대로인데 화분 하나가 자리 값을 바꿨어.
꽃을 놓으니까 나한테 말을 거는 손님이 늘었어.
이거 어디서 샀냐, 물은 얼마나 주냐, 국화는 원래 이렇게 오래 가냐. 평소엔 주문만 하던 손님들이 꽃 얘기로 한두 마디씩 더 해.
나는 그게 좀 신기했어. 꽃은 말을 안 하는데 말을 시켜. 객잔 주인이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거지.
나는 화분을 키워본 적이 없어. 처음엔 매일 물을 줬지.
그랬더니 단골 하나가 말렸어.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상한대. 흙이 마르면 그때 주라고. 손가락으로 흙을 눌러보는 법도 알려줬어.
그 뒤로 아침마다 흙을 눌러봐. 마른 날만 물을 줘. 객잔 여는 순서에 하나가 늘었어. 문 열기 전에 하는 게 따로 있다고 전에 적었는데, 이제 화분이 그 목록에 들어갔지.
무협 읽다 보면 꽃은 대개 배경이야. 매화 아래서 검을 뽑는다, 그 정도. 꽃을 키우는 인물은 거의 안 나와.
생각해보면 당연해. 꽃은 한 자리에 오래 있어야 키울 수 있잖아. 강호를 떠도는 사람은 화분을 못 들고 다니지.
나는 다행히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화분 하나는 들일 수 있어.
국화는 언젠가 질 거야. 그건 알아. 그때 새로 살지, 빈 화분으로 둘지는 그때 정할래.
지금은 그냥 창가에 노란 게 하나 있다는 게 좋아.
너는 가을 하면 무슨 꽃이 떠올라? 객잔 창가에 하나 더 놓을지 고민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