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뒷마당 고양이 얘기를 전에 적었어. 누렇고 꼬리 끝만 하얀 녀석. 곳간 쥐를 잡은 뒤로는 곳간 문 앞에서 자.
근데 요즘 아침에 보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어. 추운 거야. 밤이 길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졌으니까.
그래서 집을 만들어주기로 했어. 창고에서 나무 상자 하나를 찾았지. 옆에 작은 구멍을 뚫고, 바닥에 짚을 두툼하게 깔고, 위에 헌 천을 덮었어.
동물 좋아하는 손님한테 물어보니까 입구는 작게 하래. 그래야 바람이 덜 든대. 그리고 바닥에서 조금 띄우래. 땅이 차가우니까. 벽돌 두 장을 받쳤어.
반나절 걸렸어. 객잔 굴뚝 청소보다 오래 걸렸지. 근데 그게 아깝지 않았어.
곳간 문 앞에 상자를 놓고 기다렸어. 고양이가 와서 냄새를 한 번 맡더니 그냥 지나갔어.
다음 날도 그랬어. 그다음 날도. 한 번도 안 들어갔어. 손님들이 보고 웃었지. 정성이 부족했나 보다고.
그러다 사흘째 아침에 봤어. 고양이가 빈 바구니 안에서 자고 있더라고. 상자에 짚을 담아 왔던 그 바구니.
상자는 그대로 비어 있고, 바구니에 짚 부스러기 조금 남은 데 들어가서 동그랗게 자고 있었어. 나는 그걸 보고 한참 웃었지. 손님 하나가 그러더라. 고양이는 원래 그래. 정성 들인 건 안 쓰고 아무렇게나 둔 걸 좋아한대.
그래서 바구니에 짚을 더 깔아줬어. 상자는 그냥 옆에 뒀고.
무협에 나오는 짐승은 왜 다 영험하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협 영물은 사람 말을 알아듣고 주인을 따라.
우리 뒷마당 녀석은 영물이 아니야.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어. 근데 그래서 좋아. 자기 마음대로 사는 녀석이 객잔 식구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거든.
동물한테 정성 들였다가 허탕 친 얘기 있으면 들려줘. 나만 그런 거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