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곳간에 들어갔는데 쌀자루 아래 구멍이 나 있었어. 쌀이 조금 흘러나와 있고.
처음엔 자루가 낡아서 터진 줄 알았어. 근데 구멍 가장자리가 이빨 자국처럼 들쭉날쭉했어. 쥐였어.
날이 차가워지니까 밖에 있던 쥐가 따뜻한 데로 들어온 거야.
그날은 곳간을 다 뒤졌어. 자루를 다 들어내고, 구석을 보고, 벽 틈을 살폈어.
벽 아래 작은 구멍이 하나 있더라. 거기로 드나든 거야. 대청소 할 때도 못 본 구멍이었어. 그땐 위만 봤거든. 들보 위 동전에 정신이 팔려서.
구멍은 돌이랑 흙으로 막았어. 쌀은 항아리로 옮겼어. 자루는 쥐가 뚫지만 항아리는 못 뚫거든. 쌀 대주는 집 주인이 알려준 방법이야.
근데 구멍을 막기 전에 이미 들어와 있던 놈이 있었나 봐. 다음 날 밤에도 곳간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어.
그때 뒷마당 고양이가 움직였어. 늘 장작 위에서 자던 녀석이 곳간 쪽으로 슥 가더니, 한참 뒤에 입에 뭘 물고 나왔어.
다음 날부터 그 고양이는 곳간 문 앞에서 자. 장작 위가 아니라. 자기 일자리를 찾은 것 같아. 이름도 안 붙인 녀석인데 객잔 식구가 된 거지.
무협 객잔 장면엔 쥐가 안 나와. 손님은 칼을 차고, 점소이는 술을 나르고, 곳간 얘기는 없어.
근데 객잔 주인이 되니까 알겠어. 곳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야. 쌀이 떨어지면 객잔이 문을 닫아야 하거든. 칼싸움보다 쥐가 더 무서운 적이야.
생선 굽는 날, 고양이 몫으로 간 안 한 거 하나를 따로 남겼어. 사람 먹는 짠 건 안 좋다고 들어서.
고양이는 그걸 먹고 다시 곳간 문 앞에 누웠어.
쥐 쫓은 얘기 있으면 들려줘. 우리 고양이보다 실력 좋은 방법 있으면 배우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