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하나가 감을 한 바구니 갖다줬어. 집 마당 나무에서 땄대. 그냥 먹기엔 많고, 버리긴 아까운 양이었지.
어떻게 할까 하다가 껍질을 깎아서 처마에 매달았어. 곶감 만들어보려고. 나는 이걸 처음 해봐서 단골한테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했어.
감 깎는 거 생각보다 오래 걸려. 껍질을 얇게 돌려 깎고, 꼭지에 실을 묶고, 줄에 하나씩 꿰어.
단골 말로는 꼭지를 남겨야 매달 수 있대. 꼭지 떨어진 건 따로 빼서 그냥 먹었어. 그것도 꽤 됐지.
저녁 내내 깎았어. 손이 감 물에 끈적끈적해졌고, 칼이 자꾸 미끄러졌어. 객잔 주인이 하루 종일 칼을 쥐었는데 손님 상은 하나도 안 차린 날이었지.
다음 날부터 재밌는 게 생겼어. 들어오는 손님마다 처마를 올려다봐. 주황색 줄이 바람에 흔들리니까 눈에 띄는 거지.
어떤 손님은 감을 세어보고 들어와. 하나 줄었는지 확인하는 거래. 그런 날이 실제로 있었어. 새가 하나를 쪼아 먹었더라.
또 어떤 손님은 자기 할머니 집 얘기를 꺼내. 처마에 감 매달던 집. 그 얘기가 옆 탁자로 번지고, 다들 자기 고향 처마 얘기를 했어. 고향 얘기가 객잔에서 줄었다고 전에 적었는데, 감 줄 하나가 그걸 다시 꺼내더라.
곶감은 깎고 나면 할 게 없어. 바람이랑 해가 다 해.
중간에 한 번씩 주물러주면 속이 고르게 마른대서, 그것만 해. 나머지는 기다려. 언제 다 되냐고 손님들이 물으면 나도 몰라. 날씨가 정하는 거니까.
무협에서 폐관수련이 삼 년이라는 얘기 했었잖아. 시간을 돈처럼 쓴다고. 곶감도 그래. 시간을 넣어야만 나오는 맛이야. 서두르면 안 되는 일이 객잔에 하나 생긴 거지.
다 마르면 감 갖다준 단골한테 제일 먼저 줄 거야. 그다음은 매일 감 세던 손님.
나머지는 그날그날 오는 손님한테 하나씩 낼 생각이야. 팔 생각은 없어. 받은 걸로 만든 거니까.
가을에 처마에 뭘 매다는 집 알면 얘기해줘. 그런 풍경 듣는 게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