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 자주 오는 아이 손님이 있어. 부모랑 같이 오는 아이야. 어느 날 그 아이가 객잔 기둥에 등을 대고 서더니 그러더라. "여기 표시해줘."
자기 집 문틀에 키를 재는데, 객잔에도 하고 싶대. 나는 칼끝으로 작게 금을 그었어. 그리고 옆에 이름 첫 글자를 새겼지.
그걸 본 다른 아이 손님들이 자기도 해달래. 하나둘 기둥 앞에 섰어.
어떤 아이는 키가 크다고 뽐내고, 어떤 아이는 작다고 시무룩했어. 나는 금을 그을 때마다 다음에 오면 또 재자고 했지. 아이들이 그 말에 좋아하더라고.
아이 손님 얘기를 전에 적었잖아. 객잔에 혼자 온 애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제 아이들이 객잔에 오는 이유가 하나 생긴 셈이야.
재밌는 일도 있었어. 한 아이가 키를 재는데 발뒤꿈치를 슬쩍 들었어. 눈금을 높이려고.
부모가 그걸 봤지. 웃으면서 내려놓으라고 했어. 아이는 얼굴이 빨개졌고, 다른 손님들도 다 웃었어. 나는 일부러 진짜 키보다 아주 조금 위에 그어줬어. 아이가 그걸 보고 눈을 반짝이더라고.
몇 달 지나니까 기둥에 눈금이 꽤 쌓였어. 같은 이름 옆에 금이 두 개, 세 개.
그 금 사이를 보면 시간이 보여. 어느 아이는 한 뼘이나 컸고, 어느 아이는 거의 그대로야. 객잔 벽 지도 얘기할 때 손님들 손때가 묻어 닳은 자리가 좋다고 했었지. 기둥 눈금도 그래. 아이들이 지나간 시간이 새겨진 자리야.
무협 주인공은 어릴 때 산에서 내려오면 금방 어른이 돼 있어. 키 크는 장면은 안 나와.
근데 그 주인공들도 어릴 땐 어딘가 기둥에 키를 쟀을 거야. 사부가 금을 그어줬을지도 몰라. 그 기둥이 남아 있다면 무협 주인공 성장기가 거기 다 새겨져 있겠지.
어릴 때 키 재던 자리 기억나면 들려줘. 객잔 기둥에도 그런 기억이 쌓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