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엔 그릇 삶는 날이 따로 있어. 며칠에 한 번, 손님이 뜸한 오후에.
창고에서 제일 큰 솥을 꺼내. 물을 가득 붓고 불을 세게 지펴. 물이 펄펄 끓으면 수저랑 그릇을 한꺼번에 넣어. 그리고 한참 둬. 이 방법은 쌀 대주는 집 할머니한테 배운 거야. 할머니 말로는 옛날엔 다들 그렇게 했대.
그날은 부엌에서 김이 엄청 나. 문을 열어둬도 홀까지 퍼지지.
창문이 다 뿌옇게 흐려져. 그러면 손님들이 창에 손가락으로 낙서를 해. 이름을 쓰는 손님, 그림을 그리는 손님, 하트를 그리고 도망가는 아이 손님. 김이 마르면 다 사라지지만.
객잔 문풍지 얘기를 전에 적었어. 창 틈에 종이를 새로 발랐다고. 그 창이 그릇 삶는 날엔 낙서판이 되는 거야.
삶고 나면 그릇이 반짝여. 기름때가 빠지고, 색이 맑아져. 수저도 손에 쥐면 뽀득뽀득해.
그 그릇에 국을 담으면 왠지 국도 더 맛있어 보여. 손님 하나가 그러더라. 오늘 그릇이 유난히 깨끗하다고. 알아봐 주니까 좀 뿌듯했지. 객잔 대청소 얘기할 때 청소는 티가 안 나는데 손님이 먼저 안다고 했었는데, 그릇도 똑같아.
문제는 손이야. 삶은 그릇을 건져낼 때 뜨거워. 집게를 쓰긴 하는데 가끔 손에 닿아.
객잔 주인 손 얘기를 전에 적었지. 부엌일로 손이 텄다고. 그릇 삶는 날은 손이 빨갛게 돼. 손님이 준 기름을 그날 밤엔 두 번 발라.
무협 객잔에선 그릇이 늘 깨져. 싸움 나면 다 박살이 나지. 삶을 틈도 없을 거야.
근데 그 깨진 그릇을 쓸어 담고, 새 그릇을 사 오고, 그걸 삶아서 다시 상에 올리는 건 누군가의 일이었을 거야. 객잔 그릇 얘기를 전에 적었어. 깨지는 걸 어떻게 셈하냐고. 안 깨진 그릇을 지키는 것도 객잔 주인 일이야.
집에서 하던 살림 습관 하나 들려줘. 객잔 부엌에 하나 더 들여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