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손바닥만 한 거울을 하나 샀어. 테가 나무로 된 거. 어디 둘까 하다가 객잔 문 옆 기둥에 걸었지.
별 이유는 없었어. 문 옆이 휑해서. 근데 걸고 나니까 재밌는 게 보이더라고.
손님들이 거울을 보는 때가 정해져 있어. 들어올 땐 안 봐. 나갈 때만 봐.
들어올 땐 다들 배고프잖아. 거울이고 뭐고 자리부터 찾지. 근데 다 먹고 나갈 때는 문 앞에서 잠깐 멈춰. 머리를 매만지고, 옷깃을 펴고, 입가를 닦아.
객잔을 나서는 순간이 다시 바깥으로 돌아가는 순간이거든. 거울은 그 경계에 서 있는 셈이야.
며칠 보니까 손님마다 고치는 데가 달라. 어떤 손님은 머리만 보고, 어떤 손님은 이 사이에 뭐 꼈나 봐. 한 단골은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해. 다음에 만날 사람이 있대.
나는 그게 좋더라고. 거울 앞에서 사람들이 다음 일을 준비하는 얼굴이 보이잖아. 밥 먹을 땐 풀어져 있던 얼굴이 문 앞에서 다시 조여지는 거지.
아이 손님은 또 달라. 거울에 대고 혀를 내밀거나 눈을 뒤집어. 부모가 끌고 나갈 때까지 그러고 있어. 그 집 부모도 결국 거울 앞에서 같이 웃고 나가더라.
거울을 걸고 나서 나도 가끔 봐. 아침에 문 열기 전에.
처음엔 좀 낯설었어. 무협을 하나도 모르던 채로 떨어진 놈이 객잔 주인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객잔 주인 옷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옷만 바뀐 게 아니라 얼굴도 객잔 사람이 돼 있더라.
무협 객잔 장면엔 거울이 안 나와. 고수가 문 앞에서 머리 매만지는 장면은 본 적이 없지.
근데 생각해보면 무협 인물들도 나가기 전에 뭔가 정리했을 거야. 칼을 다시 차고, 삿갓을 눌러쓰고. 거울 대신 칼날에 얼굴을 비춰봤을지도 몰라.
나서기 전에 꼭 하는 버릇 있으면 들려줘. 객잔 문 옆 거울은 그런 버릇 구경하는 자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