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값을 적어 넣었어. 그러고 나서 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어.
몇 번 고쳐본 얘기를 적어둘게.
처음 간판에는 객잔 이름만 적었어. 그게 보통이니까.
그런데 객잔 텃세 얘기를 적을 때 쓴 그 손님 있잖아. 빈 상이 셋인데도 문 앞에 서 있던 사람. 그런 손님이 꽤 있었어.
안에 뭐가 있는지를 모르니까 못 들어오는 거야. 이름만 봐서는 값도 모르고 뭘 파는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뭘 파는지를 적었어. 술이랑 밥이랑 방.
이건 좀 나았어. 그런데 여전히 서성이는 사람이 있더라고. 물어보니 값이 걱정된다고 했어.
호객 얘기를 전에 적었어. 불러서 들어온 손님이 앉기 전에 값부터 묻는다고. 그러니까 값이 제일 큰 벽이었던 거야.
세 번째로 값을 적었어. 항목별로.
이게 제일 크게 달라졌어. 서성이는 사람이 줄었고, 들어와서 앉기 전에 묻는 사람도 줄었어. 밖에서 이미 정하고 들어오니까.
문파 회비 얘기를 전에 적었어. 액수가 정해져 있으면 아무도 안 무안하다고. 값 올리기 얘기에도 항목별로 다 적었다고 썼잖아. 적어두는 게 물어보게 하는 것보다 낫더라고.
다 적는 게 좋은 건 아니더라고. 안 적기로 한 게 있어.
그건 들어와 본 사람이 정할 일이지 내가 적을 게 아니야. 적어놓으면 오히려 안 믿더라고.
무협 제목이 왜 다 비슷하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제목은 간판이라고. 간판이 하는 일은 뭘 파는지 알려주는 거지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한 가지 아직 못 푼 게 있어. 밤에는 간판이 안 보여.
등을 걸어봤는데 글자까지는 안 밝아. 오는 시간 얘기를 전에 적었어. 손님 드는 때가 두 시진 밀렸다고. 그러면 제일 붐비는 시간에 간판이 제 값을 못 하는 거야.
지금은 문을 열어두는 걸로 대신해. 야행 얘기를 적을 때 불이 켜진 데가 목표가 된다고 썼는데, 밤에는 글자보다 불이 간판인 셈이지.
밖에서 안 보이는 게 있으면 말해줘. 적어 넣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