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오후였어. 문 방울이 딸랑 울렸는데 멈추질 않아. 딸랑딸랑딸랑. 열 명 넘는 사람이 줄줄이 들어왔지.
어디 가는 길에 들른 한 무리래. 다 같이 밥 먹을 데를 찾다가 객잔을 봤대. 객잔 탁자가 다 합쳐도 그 사람들 다 앉기엔 모자랐어.
급하게 탁자를 붙였어. 창가 탁자 셋을 끌어다 하나로. 의자는 위층에서 몇 개 가져오고. 단골들도 거들어줬어.
그다음엔 국이야. 솥에 있던 걸로는 모자라서 새로 끓였지. 장아찌 항아리도 열고, 남겨뒀던 까치밥 국까지 다 꺼냈어. 자리 늘리기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상을 하나 더 놔봤다고. 그날은 상을 셋 붙인 날이었어.
점소이는 부엌이랑 홀 사이를 몇십 번은 오갔을 거야. 나는 국을 뜨고, 점소이는 나르고, 단골 하나는 아예 앞치마를 빌려 두르고 그릇을 치웠지. 객잔 늦잠 잔 날 단골들이 대신 문을 열어줬던 것처럼, 그날도 손님이 일손이 돼줬거든.
재밌는 걸 봤어. 무리 중에 제일 어려 보이는 사람이 국을 다 날랐어. 내가 하겠다고 해도 자기가 하겠대.
일행 한 명 한 명 앞에 국을 놓고, 수저를 놓고, 물을 따르고. 그러고 나서야 맨 마지막에 앉았어. 그때는 자기 국이 식어 있었지.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먹더라고.
막내 제자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협 주인공이 늘 맨 아랫자리라고. 그 사람이 딱 그랬어. 나는 몰래 그 사람 국을 뜨거운 걸로 바꿔줬어.
무리가 다 먹고 나갔어. 한꺼번에. 문 방울이 또 한참 울렸지.
그러고 나니까 객잔이 갑자기 조용해졌어. 붙였던 탁자를 떼고, 의자를 올려놓고, 그릇을 치웠어. 단골들이 그러더라.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고. 정신없는 날일수록 한 탁자씩 순서대로 챙기면 된다는 걸 그날 또 써먹었지.
여럿이 몰려갔던 날 기억나면 들려줘. 그날 누가 제일 고생했는지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