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졌어. 창가 쪽에 앉는 손님들이 무릎을 문지르는 게 보이더라.
그래서 장에서 무릎 담요를 하나 샀어. 두툼하고 짙은 색 거. 그걸 창가 의자 옆에 접어서 뒀지.
별 생각 없이 둔 건데, 담요 하나에 일이 꽤 생겼어.
담요는 하나야. 창가 자리는 여럿이고.
첫날엔 먼저 온 손님이 썼어. 그 손님이 가자 다음 손님이 집어 들었지. 근데 그다음 날부터 좀 달라졌어. 나이 든 손님이 오면 젊은 손님이 담요를 건네. 아무도 정한 적 없는데.
자리 양보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객잔에서 비켜주는 걸 봤다고. 담요도 그렇게 돌더라. 물건 하나가 생기니까 사람들 사이에 순서가 생겨.
제일 놀란 건 이거야. 담요를 쓴 손님들이 갈 때 반듯하게 개어서 원래 자리에 두고 가.
내가 부탁한 적 없어. 객잔 물건인데 다들 자기 물건처럼 다뤄. 한 손님은 담요에 붙은 부스러기까지 털고 갔어.
나는 그걸 보면서 좀 뭉클했어. 빌려 쓴 걸 처음보다 낫게 돌려놓는 거. 그게 무협에서 말하는 협 비슷한 거 아닌가 싶었지. 받은 걸 갚는 거니까.
담요가 하나라서 생긴 순서도 좋았지만, 추운 날엔 기다리는 손님이 안쓰러웠어.
그래서 두 개를 더 샀어. 이제 창가에 셋이 있어. 그래도 여전히 다들 개어두고 가. 처음에 생긴 규칙이 그대로 남은 거지.
빨래는 내 몫이야. 객잔 빨래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안 보이는 데서 제일 손이 가는 일이라고. 담요가 그 목록에 하나 더 늘었어.
무협 객잔에선 다들 칼을 차고 앉아. 담요 덮고 앉은 고수는 본 적이 없어.
생각해보면 당연해. 언제 싸움이 날지 모르는데 무릎을 덮을 순 없잖아. 담요는 여기서 오래 앉아도 된다는 표시야. 우리 객잔은 그게 되는 데라서 다행이야.
날 추워지면 객잔 담요 생각나서 들러. 개어두고 가는 건 안 해도 돼. 그건 내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