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 문 닫는 시간은 그대로인데 해가 먼저 져. 여름엔 손님이 다 가도 밖이 환했는데, 이제는 저녁상 차리기도 전에 어두워.
그래서 하루 흐름이 바뀌었어. 제일 먼저 바뀐 건 등불 켜는 시간이야.
등불 얘기를 전에 적었어. 등 자리를 옮기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고. 요즘은 등을 켜는 순간이 재밌어.
해가 지고 어둑해질 때 등에 불을 넣으면, 길 지나던 사람 몇이 걸음을 멈춰. 그러고는 들어와. 아까부터 지나가던 사람들인데 불이 켜지니까 그제야 객잔이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초저녁 등불은 간판보다 센 호객이야. 객잔 앞에서 부르는 걸 안 하기로 정했다고 전에 적었는데, 등불은 말없이 부르는 거라 괜찮아.
손님 드는 시간도 옮겨 갔어. 예전엔 한참 늦게 오던 저녁 손님들이 해 지는 시간에 맞춰 와.
한 단골한테 물어봤더니 어두워지면 그냥 배가 고프대. 시간이 아니라 밖이 어두운 게 저녁이라는 거지. 듣고 보니 나도 그래.
그래서 부엌도 일찍 바빠져. 솥에 불 넣는 시간을 계단 소리가 정한다고 전에 적었는데, 저녁은 해가 정해.
대신 저녁 손님이 일찍 왔다 일찍 가니까, 문 닫기 전 시간이 길어졌어. 그 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어.
나는 그 시간에 등 아래서 장부를 정리해. 가끔 무협도 읽고. 읽는 자리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나는 홀이 빌 때만 읽는다고. 요즘은 그 빈 시간이 길어서 많이 읽어.
해는 더 짧아질 거야. 그러면 등을 더 일찍 켜야 하고, 기름도 더 빨리 닳겠지.
근데 나는 이 철이 좋아. 어두워지는 게 사람을 안으로 들이거든. 여름엔 다들 밖에 있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불빛 있는 데로 와.
해 빨리 지는 날엔 객잔 불빛 보이면 들어와. 등은 일찍 켜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