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바뀌었어. 객잔 창고도 바꿀 때가 된 거지.
창고엔 철마다 쓰는 물건이 쌓여 있어. 여름에 쓰던 대나무 발, 부채, 얼음 그릇. 겨울에 쓸 두꺼운 담요, 화로 덮개, 털장갑. 객잔 발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여름 내내 친 대나무 발을 걷었다고. 그 발이 지금 창고 안에 세워져 있어.
하루를 잡고 정리했어. 넣을 거 한 무더기, 꺼낼 거 한 무더기.
넣을 건 여름 거야. 부채는 접어서 상자에 넣고, 얼음 그릇은 깨지지 않게 짚으로 싸고. 꺼낼 건 겨울 거야. 담요는 털어서 볕에 널고, 털장갑은 손님용으로 문 옆에 걸고.
옷장 정리 얘기할 때 손님들이 못 버린 옷 얘기를 더 오래 한다고 했었지. 창고 정리도 그래. 못 버린 물건이 계속 나와.
정리하다가 웃긴 일이 있었어. 여름 부채를 상자에 넣으려는데, 손님 하나가 그걸 집어 들었어.
그러더니 화로 앞에 가서 부채질을 했어. 불이 좀 약하다고. 철 지난 부채로 화로 불을 살린 거야. 다들 웃었지. 불은 진짜로 살아났어. 그 손님이 그러더라. 부채는 여름에만 쓰는 게 아니래.
창고 구석에 쥐 흔적이 좀 있었어. 객잔 곳간 쥐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곳간은 고양이가 지키는데 창고까진 안 오나 봐.
다행히 물건은 안 상했어. 구석을 막고, 쌀 같은 건 원래 창고에 안 두니까. 고양이한테 창고도 좀 봐달라고 해야겠어.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리 끝나고 보니까 창고가 달력 같았어. 어느 칸에 뭐가 있느냐로 지금이 무슨 철인지 알 수 있거든.
봄이 오면 또 바꾸겠지. 그때는 담요를 넣고 발을 꺼낼 거야.
철 바뀔 때 꼭 꺼내는 물건 하나 들려줘. 객잔 창고에도 그런 게 하나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