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낡은 지도를 하나 샀어. 종이가 누렇고 가장자리가 해진 거. 싸게 팔길래 그냥 들고 온 거야.
벽이 휑해서 객잔 안쪽 벽에 걸었지. 장식 삼아. 그냥 걸어둔 거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일을 많이 해.
손님들이 지나가다 멈추거든. 그리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짚어.
"내가 여기서 왔어." "다음 주에 여기 가." 그러면 옆에 있던 손님이 같이 들여다보고, 거긴 어떠냐고 물어. 지도 앞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말을 트는 거야.
객잔 합석 얘기를 전에 적었어. 모르는 사람 옆에 안 앉으려 한다고. 근데 지도 앞에선 다들 어깨를 붙이고 서 있어.
몇 달 지나니까 지도 한 군데가 유독 색이 바랬지. 손때가 묻어서.
왜 거기만 닳았나 봤더니, 손님들 고향이 몰린 쪽이었어. 다들 자기 고향을 짚느라 닳은 거야. 고향 얘기가 객잔에서 줄었다고 전에 적었는데, 지도 앞에선 아직 다들 고향부터 짚더라.
나는 그 닳은 자리가 좋더라고. 손님들이 남긴 발자국 같거든.
손님 하나가 지도를 보더니 틀린 데가 있대. 길이 바뀌었다고. 다리가 새로 놓였는데 지도엔 없다고.
맞는 말이야. 낡은 지도니까. 근데 그 손님이 한참 동안 새 길을 손가락으로 그려주면서 설명해줬어. 다른 손님들이 그걸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
틀린 지도가 오히려 얘기를 만들더라. 다 맞으면 짚기만 하고 가는데, 틀리면 고쳐주느라 머물러.
무협 지도는 세 덩이만 알면 된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중원, 새외, 강남. 그건 머릿속 지도야.
객잔 벽 지도는 그거랑 달라. 손님들이 진짜로 걸어온 길이 묻어 있어. 그게 더 좋아.
지도에서 네가 제일 먼저 짚는 데가 어딘지 알려줘. 객잔 지도에 작은 점 하나 찍어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