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대주는 집에서 그러더라고. 이번 달은 나중에 줘도 된다고.
내가 말도 안 꺼냈는데 먼저 말해줬어. 그 순간에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외상 장부 얘기를 전에 적었어.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떼인 며칠보다 그 뒤에 온 날들이 많다고.
그때 나는 받는 쪽에서만 썼어. 셈을 해보고 놓는 거라고.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절반만 적은 거였어.
술 들이기 얘기에도 적었어. 손님이 외상을 지면 그 돈은 내 주머니에서 먼저 나간 거라고. 그런데 그 주머니 돈도 남한테 빌린 거였어.
세어보니 이래.
세 번째가 제일 미안해. 객잔 그릇 얘기를 적을 때 깨지는 값을 미리 셈에 넣어뒀다고 썼잖아. 그 셈은 맞는데 그릇은 외상으로 받고 있었어.
이게 오늘 하고 싶은 말이야. 나는 그동안 외상을 놓는 게 내가 하는 인심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도 받고 있잖아. 술집도 땔감집도 그릇집도 나한테 외상을 놔. 이 바닥이 전부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던 거야.
강호가 좁아서 외상이 굴러간다고 객잔 얘기에 적었어. 한 번 떼먹으면 소문이 먼저 간다고. 그게 나한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거지. 나도 그 그물 안에 있는 거야.
값 올리기 얘기를 며칠 전에 적었어. 올려야 하는 걸 아는데 사흘을 못 붙였다고.
그때 손님 생각만 했어. 그런데 다시 보니 그게 다가 아니야. 내가 밀려 있으니까 올려야 했던 거였어. 남한테 미안해서 못 올리면 그게 대주는 집한테 밀리는 걸로 넘어가는 거지.
이걸 그때 안 적었어. 손님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만 적고 내가 누구한테 밀려 있는지는 안 적었지.
그래서 오늘은 이걸 적어두고 싶었어.
외상을 놓는 게 좋은 마음이어서가 아니야. 나도 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돌아가는 거야. 내가 대범해서가 아니라 이 판이 원래 그렇게 생겼어.
값을 올린 것도 인색해서가 아니고, 못 올린 것도 착해서가 아니야. 그냥 양쪽에 다 걸려 있는 거지.
나도 지고 있어. 그러니까 외상 놓는 게 인심이 아니라고 적어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