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객잔 창에 대나무 발을 쳐뒀어. 볕은 가리고 바람은 들어오게.
이제 볕이 아쉬운 철이 됐어. 그래서 오늘 발을 걷었어. 둘둘 말아서 끈으로 묶고 창고에 넣었지.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걷고 나니까 객잔이 꽤 달라졌어.
제일 먼저 바뀐 건 빛이야. 발 사이로 줄무늬처럼 들어오던 볕이 이제 한 덩어리로 들어와.
탁자 위가 환해졌어. 손님들 얼굴도 잘 보이고. 대청소 했을 때처럼 다들 뭔가 밝아졌다고 해. 이번엔 진짜로 밝아진 거지.
대신 한낮엔 좀 눈부셔. 창가 손님 하나가 자리를 옮기더라. 볕이 등에 오는 쪽으로.
발을 걷으니까 밖이 다 보여. 그리고 밖에서도 안이 다 보여.
창가에 앉은 손님이 길 건너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어. 서로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하더라. 아는 사이도 아닌데. 발이 있을 땐 없던 일이야.
그걸 보면서 알았어. 발은 볕만 가린 게 아니라 안과 밖 사이에 얇은 벽이었던 거야. 그 벽이 없어지니까 객잔이 길이랑 붙었어.
밖에서 안이 보이니까 들어오는 손님이 조금 늘었어.
지나가다 창 안을 보고, 자리가 있네 하고 들어오는 거야. 객잔 간판 얘기를 전에 적었어. 뭘 적어두면 사람이 들어오냐고. 간판보다 창 안이 보이는 게 더 센 것 같아.
초저녁에 등을 켜면 더 그래. 발 없는 창으로 불빛이 그대로 나가니까.
발은 창고에 잘 넣어뒀어. 대나무라서 습기 차면 곰팡이가 피거든. 마른 데 세워뒀지.
더위 오면 다시 칠 거야. 그때는 또 안이 조금 숨는 객잔이 되겠지. 철마다 객잔 얼굴이 바뀌는 거야.
계절 바뀔 때 너만 하는 일 있으면 들려줘. 나는 이제 발 걷는 날이 하나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