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손님 하나가 왔어. 얼굴이 좀 창백하더라고. 국을 내주려는데 손을 저었어. 속이 편치 않대. 어젯밤에 좀 과했다고.
국은 기름기가 있잖아. 밥은 부담스럽고. 그 손님이 혹시 죽 같은 거 없냐고 물었어. 객잔에서 죽은 한 번도 안 쒀봤는데.
있다고 했어. 없었는데. 부엌에 들어가서 쌀을 불렸지.
햅쌀 얘기를 전에 적었잖아. 그 쌀이 아직 남아 있었어. 물을 넉넉히 붓고, 약한 불에 올리고, 계속 저었어. 바닥에 눌어붙으면 안 되니까. 간은 소금 아주 조금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고. 손님은 그동안 창가에 앉아서 기다렸어. 재촉 한 번 안 하고.
죽을 내줬더니 손님이 숟가락으로 한참 저었어. 식히는 거지. 그러고 나서 아주 천천히 먹더라고. 한 숟갈 먹고 쉬고, 또 한 숟갈.
다 먹고 나서 그릇을 두 손으로 내밀었어. 고맙다고. 얼굴에 핏기가 좀 돌아와 있었지. 나는 그게 국 백 그릇 판 것보다 좋았어.
그 일 있고 나서 아침에 죽을 조금 쒀두기로 했어. 많이는 아니고 몇 그릇만.
신기하게 찾는 손님이 꽤 있더라. 속 불편한 손님, 아침을 가볍게 먹고 싶은 손님, 이가 시원찮은 노인 손님. 국만 있을 땐 몰랐던 손님들이었어.
객잔 상차림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뭘 어떤 순서로 내놓냐고. 이제 아침 첫 줄은 죽이야.
무협 밥상엔 만두랑 술뿐이라고 적은 적 있어. 죽은 거의 안 나와.
근데 생각해보면 다친 고수가 객잔 위층에서 며칠 누워 있는 장면은 많잖아. 그 고수는 뭘 먹었을까. 점소이가 죽 한 그릇 들고 올라갔을 거야. 작가가 안 적었을 뿐이지.
속 편한 음식 하나씩 있잖아. 네 건 뭔지 알려줘. 객잔 아침 차림에 참고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