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이 다가오니까 객잔 손님들이 그 얘기를 하더라. 하늘이 열린 날이라고. 단군이 나라를 세운 걸 기리는 날이래. 뉴스에서도 연휴 얘기가 나왔다더라.
그러다 얘기가 엉뚱하게 흘렀어. 곰이 쑥이랑 마늘을 며칠 먹었냐로 한참 다툰 거야. 백 일이냐 스무하루냐. 결론은 안 났어. 다들 어릴 때 들은 게 조금씩 달랐거든.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 문파들도 하나같이 시작 이야기가 있어.
누가 언제 산에 들어가서 무엇을 깨닫고 문을 열었다. 이걸 문을 연 사람이라고 개파조사라고 불러. 문파 소개가 나오면 거의 늘 이 사람 얘기부터 해.
그리고 그 이야기는 대개 좀 신비로워. 꿈에 뭘 봤다거나, 짐승한테 배웠다거나, 바위에 새겨진 걸 읽었다거나.
처음엔 이게 그냥 분위기용인 줄 알았어. 근데 생각해보니 하는 일이 있어.
하나, 정당성. 우리 문파가 왜 여기 있는지, 왜 이 무공을 쓰는지를 설명해줘.
둘, 소속감. 제자들은 모두 그 조사의 후손이 되는 거야. 피가 안 섞였어도 같은 시작을 공유하는 거지. 사문 문파 차이 얘기할 때 배운 줄이 곧 소속이라고 했잖아. 그 줄의 맨 위에 개파조사가 있어.
셋, 이야기의 씨앗. 조사가 남긴 유물, 조사의 비밀, 조사의 원수. 무협에서 큰 사건은 대개 시작 이야기에 숨어 있던 거가 터지는 거야.
손님들이 곰 얘기로 다툰 걸 보면서 생각했어. 시작 이야기는 원래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는 거구나.
무협에서도 그래. 같은 문파인데 장로마다 조사 이야기를 다르게 말해. 그 차이가 나중에 복선이 되기도 하고.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던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내 시작 얘기도 애매해. 근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아. 시작이 흐릿해도 지금 서 있는 자리는 분명하니까.
시조 이야기가 좋았던 문파 있으면 알려줘. 시작 얘기는 몇 번을 들어도 재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