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떨어지고 나서 지원서 파일을 아예 안 열게 되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떨어진 것과 파일을 안 여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때 이름이 넘어갔습니다.
좌절과 낙담은 둘 다 안 되고 나서 오는 상태입니다.
둘 다 무겁고, 둘 다 다시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래서 하나로 묶어 부르시는데, 서 있는 자리가 다릅니다.
좌절은 벽 앞에서 오고 낙담은 벽에서 돌아선 뒤에 옵니다.
좌절은 하려던 것이 막혔을 때 오는 감정입니다.
대상이 있습니다. 그 시험, 그 자리, 그 사람. 무엇 때문에 막혔는지 댈 수 있고요. 그래서 좌절은 세기가 셉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죠.
좌절 상태에서는 아직 그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힘은 빠졌는데 방향은 그쪽을 보고 있습니다.
낙담은 안 될 것 같다고 정하고 나서 오는 상태입니다.
대상이 흐려집니다. 그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안 되는 것으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낙담은 세기가 약합니다. 화도 안 나고 억울하지도 않습니다.
파일을 안 열게 되는 것이 이 자리입니다. 열면 다시 정해야 하는데 이미 정해버렸으니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금 그 일을 다시 해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화가 나 있으면 대개 앞쪽입니다. 화는 아직 걸려 있다는 뜻이니까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두 이름은 순서가 있습니다.
좌절이 반복되면서 아무것도 안 바뀌면 낙담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넘어가는 지점에서 대상이 바뀝니다. 그 일이 안 된 것에서 내가 안 되는 사람인 것으로요.
이 바꿔치기가 조용히 일어나서 본인도 잘 모릅니다. 세 번 떨어진 것과 나는 안 되는 사람인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요.
좌절 쪽이면 할 일은 막힌 자리를 보는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안 됐는지 하나만 짚으시면 됩니다. 짚이면 다음 시도가 달라집니다.
낙담 쪽이면 할 일은 다시 시도하는 게 아닙니다. 대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나는 안 된다를 그 세 번은 안 됐다로 고쳐 적으시면 됩니다.
문장을 되돌려야 그다음에 파일을 열 수 있게 되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힘이 빠진 것은 같습니다. 아직 화가 나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