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 앞에서 출력해 온 포트폴리오를 넘겨보신 분이 계셨습니다. 첫 장에 다른 회사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고요.
그 순간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드신 감정은 당혹감이었습니다. 낭패감은 아직 오지 않았던 겁니다.
낭패감과 당혹감은 둘 다 일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 드는 감정입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바빠집니다. 같은 장면에서 같이 오니 한 단어로 부르기 쉽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당혹감은 예상 밖의 상황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순간의 감정이고, 낭패감은 일이 틀어져 버렸다는 결과의 감정입니다.
당혹감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옵니다.
아직 결과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멈춰 있는 거죠. 그래서 당혹감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몇 분 뒤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분은 첫 장을 빼고 둘째 장부터 내셨다고 합니다. 당혹감이 있던 몇 분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을 하신 겁니다.
낭패감은 계획했던 일이 틀어져 버렸다고 확인될 때 옵니다.
이미 그르쳐졌고,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면접관이 첫 장을 먼저 봤다면 그때가 낭패감의 자리였겠지요. 낭패감은 순간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그래서 당혹감보다 오래 갑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당혹감을 낭패감이라고 부르시면 아직 남은 몇 분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미 끝났다고 여기니까요.
당혹감이라면 할 일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시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낭패감이라면 할 일은 틀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보는 것입니다. 같은 장면에서도 어느 이름이냐에 따라 손이 가는 곳이 다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계획 밖인 것은 같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