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프레스는 도구가 단순해서 만만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종이 필터로 내린 커피랑 꽤 다르게 나와요.
이게 이 도구의 전부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종이 필터는 커피의 기름 성분을 상당히 걸러내요. 그래서 깔끔한 맛이 나오죠. 프렌치프레스는 쇠 거름망이라 그 기름이 그대로 잔에 들어와요.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취향이에요. 저희 가게에서도 원두에 따라 갈라 써요. 개성이 뚜렷한 원두는 프렌치프레스로 내면 더 잘 살더라고요.
여기서 제일 많이 실패하세요.
거름망 구멍이 종이보다 커서 곱게 갈면 가루가 그대로 잔에 넘어와요. 마시다 보면 바닥에 진흙처럼 깔려요. 그리고 곱게 갈린 가루는 계속 우러나서 쓴맛만 세져요.
설탕 알갱이보다 굵게, 굵은 소금 정도로 잡으시면 돼요. 콜드브루보다는 조금 가는 정도예요.
물을 붓고 사 분쯤 두었다가 누르시면 돼요.
더 오래 두면 진해지는 게 아니라 거칠어져요. 저는 처음에 오래 둘수록 좋은 줄 알고 십 분씩 뒀는데, 그러면 마지막에 혀에 남는 게 텁텁해요.
그리고 물을 부은 뒤에 한 번만 저어주세요. 위에 떠 있는 가루층이 안 가라앉으면 물이 골고루 안 닿거든요.
이걸 놓치는 분이 많아요.
다 누르고 나서 십 분쯤 두었다가 마신 적이 있는데, 처음 한 모금이랑 완전히 다른 커피가 되어 있었어요. 눌러도 가루가 아래에 그대로 있어서 계속 우러나거든요.
그래서 누른 다음에는 바로 다른 잔에 옮겨 담으셔야 해요. 이 한 단계만 지키셔도 마지막 잔까지 처음 맛이 유지돼요. 가게에서도 그렇게 해요.
프렌치프레스는 누르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옮겨 담을 때가 끝이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설거지가 제일 귀찮은 도구예요.
가루가 거름망 사이에 끼고, 기름 때문에 물로만 헹구면 냄새가 남아요. 거름망은 분해되는 제품이 대부분이니 가끔 분리해서 닦아주세요. 안 하면 지난번 커피 냄새가 계속 따라와요.
찌꺼기는 하수구에 그냥 흘리지 마세요. 굵어서 잘 안 내려가요. 저희는 걸러서 따로 버려요.
프렌치프레스가 집에 있는데 잘 안 쓰고 계시면, 오늘은 굵게 갈아서 사 분만 재고 옮겨 담아보세요. 그거 셋이면 달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