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간을 책상 앞에 계셨는데 무엇을 했는지 한 줄로 못 적으시겠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딴짓을 하신 것도 아니었다더군요.
그 네 시간은 집중이었습니다. 몰입은 아니었고요. 두 이름은 같은 것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집중과 몰입은 겉에서 보면 구별이 안 됩니다.
둘 다 한 가지를 오래 합니다. 딴 데를 안 봅니다. 옆에서 보면 똑같이 열심입니다.
갈리는 것은 그 시간에 힘이 드느냐입니다.
집중은 흩어지려는 주의를 붙잡아두는 일입니다.
붙잡는 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시계를 자주 보게 되고, 끝나면 지칩니다. 얼마나 했는지도 정확히 압니다. 힘을 쓰면서 세고 있었으니까요.
집중은 오래 못 갑니다. 붙잡을 힘이 떨어지면 거기서 끝입니다.
몰입은 붙잡을 필요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주의가 흩어지지 않으니 붙잡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못 잽니다. 끝나고 나서야 시계를 보고 놀라죠. 끝나도 덜 지칩니다.
몰입은 애써서 만드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게 오늘의 요점입니다.
그 시간이 끝났을 때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네 시간을 앉아서 아무것도 안 남았다면, 네 시간 내내 붙잡기만 하신 것이겠지요.
몰입은 의지로 안 만들어집니다. 대신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의 크기가 내 실력보다 조금 위여야 합니다. 너무 쉬우면 지루해서 딴생각이 나고, 너무 어려우면 붙잡느라 힘이 다 갑니다. 그 사이 폭이 좁습니다.
그리고 지금 뭘 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할 일이 흐릿하면 무엇을 할지 계속 정해야 해서 몰입이 안 됩니다. 네 시간이 비는 이유가 대개 여기입니다.
집중이 안 되시면 할 일은 방해를 줄이는 것입니다. 알림을 끄고 자리를 바꾸시면 됩니다.
몰입이 안 되시면 방해를 줄여도 안 됩니다. 할 일은 일을 잘라서 크기를 맞추는 것입니다. 지금 할 한 가지를 문장으로 적으시면 됩니다. 적히면 붙잡을 것이 줄고, 붙잡을 것이 줄면 그때부터 힘이 덜 듭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앉아 있는 시간은 같습니다. 끝나고 지쳤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