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잡힌 날부터 잠이 얕아지셨는데 정작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몸은 먼저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머리는 아직 정리가 안 되셨죠. 그럴 때 이름을 갈라보면 도움이 되더군요.
설렘과 기대는 둘 다 아직 안 온 일을 미리 떠올리는 상태입니다.
둘 다 그 일이 자꾸 생각나고, 둘 다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로 쓰이는데, 시작하는 자리가 다릅니다.
설렘은 몸에서 시작하고 기대는 머리에서 시작합니다.
설렘은 떠올리면 몸이 반응하는 상태입니다.
가슴이 뛰고, 잠이 얕아지고, 자꾸 시계를 봅니다.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죠.
그래서 설렘에는 이유가 잘 안 붙습니다. 왜 설레느냐고 물으면 답이 짧아지겠지요.
기대는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그림이 있는 상태입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대로 기대에는 근거가 붙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라는지 댈 수 있습니다. 머리가 먼저 움직인 것이니까요.
기대는 몸이 조용할 수도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분명한데 가슴은 안 뛰는 경우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잠이 먼저 얕아지셨으면 앞쪽입니다.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아직 안 정해진 것이고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설렘은 몸의 반응이라 방향이 없습니다. 긴장과 섞여 있을 때도 많죠. 며칠 전에 말씀드린 긴장과 설렘이 그래서 헷갈리는 겁니다.
그래서 설렌다고 해서 그 일이 좋은 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일이라는 뜻에 가깝겠지요.
기대 쪽이면 할 일은 바라는 것을 한 줄로 적어두는 것입니다. 적어두면 나중에 어긋났을 때 무엇이 어긋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설렘 쪽이면 할 일은 좋은 일인지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 일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만 인정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일 앞에서 잠이 얕아지는 것은 고장이 아닙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기다리는 것은 같습니다. 무엇이 먼저 왔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