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던 분께 근거를 여쭤봤더니 그냥 느낌이라고 하시더군요.
느낌으로 바라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그때 붙는 이름이 기대는 아닙니다.
기대와 희망은 둘 다 앞일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둘 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둘 다 없으면 힘이 안 납니다. 그래서 하나로 쓰이는데, 서 있는 자리가 다릅니다.
기대는 근거 위에 서고 희망은 근거 없이도 섭니다.
기대는 이런 이유로 그렇게 될 거라고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됐으니,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니, 조건이 이만큼 갖춰졌으니. 그래서 기대는 계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근거가 있어서 무너지면 아픕니다. 계산이 틀린 것이니까요. 며칠 전에 말씀드린 실망이 여기서 옵니다.
희망은 그래도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근거를 못 대도 성립합니다.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았을 때도 가질 수 있죠. 그래서 희망은 힘이 셉니다. 바닥에서도 쓸 수 있으니까요.
희망은 안 이루어져도 덜 아픕니다. 계산이 아니었으니 틀린 것이 없거든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리라고 보는 근거를 하나 대실 수 있습니까?
느낌이라고 답하신 것이 정직한 답입니다. 그러면 그건 희망인 것이고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근거 없이 바라는 것을 기대라고 부르면 그 위에 계획을 올리게 됩니다. 될 것으로 놓고 다음을 정하는 거죠. 그러다 안 되면 계획까지 같이 무너집니다.
희망이라고 정확히 부르면 그 위에 계획을 안 올립니다. 그러면 안 됐을 때도 넘어갈 수 있고, 희망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요.
기대 쪽이면 할 일은 근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근거가 약해졌으면 기대도 조정하시면 됩니다.
희망 쪽이면 할 일은 근거를 만들려고 애쓰는 게 아닙니다. 희망이라고 부르고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계획은 안 올리시면 됩니다.
희망은 근거가 없어도 값이 있습니다.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이 안 되니까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바라는 것은 같습니다. 근거를 하나 댈 수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