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적힌 설명을 읽으시고 이게 다 느껴지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커피 향은 아주 많은데 각자 자기 말로 부르면 소통이 안 돼요.
그래서 향과 맛을 묶어놓은 표가 만들어졌어요. 바퀴처럼 생겨서 향미 휠이라고 불러요. 안쪽에 큰 갈래가 있고 바깥으로 갈수록 구체적인 단어가 나와요.
봉지에 적힌 설명은 대개 이 표의 바깥쪽 단어예요.
이 얘기는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자몽이 들어간 게 아니에요. 그 향이 우리가 아는 자몽과 비슷하다는 뜻이죠. 앞서 에티오피아 얘기할 때 말씀드린 것과 같아요.
그런데 봉지에는 그 설명이 없으니 오해가 생겨요. 자몽 맛을 기대하고 드셨다가 갸웃하시는 거예요.
이것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 개, 네 개씩 적혀 있어도 그걸 전부 잡아내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도 못 해요. 하나쯤 아, 이거구나 싶으면 잘 읽으신 거예요.
그리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요. 같은 잔을 놓고 한 분은 자몽이라 하고 한 분은 레몬이라 하세요. 둘 다 맞아요. 큰 갈래가 같으면 같은 걸 느끼신 거예요.
그럼 왜 적어놓냐면, 고를 때 쓸모가 있어요.
과일 쪽 단어가 많으면 산미가 있는 원두예요. 견과나 초콜릿 쪽이면 단맛과 바디 중심이고요. 꽃이나 차 계열이면 섬세한 쪽이에요.
그러니까 단어 하나하나가 아니라 어느 갈래에 몰려 있는지를 보시면 돼요. 그게 훨씬 정확해요.
향 설명은 맞히기 시험이 아니라 어느 방향인지 알려주는 안내예요.
저는 손님께 이렇게 권해드려요.
드시고 나서 떠오른 단어를 봉지에 적어두세요. 표에 없는 말이어도 돼요. 할머니 집 냄새, 아침 같은 맛, 뭐든지요.
그게 쌓이면 자기만의 표가 생겨요. 그때부터는 남이 적어둔 설명보다 그게 훨씬 잘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