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대출대 앞에서 놀라셨습니다. 늘 무뚝뚝해 보여서 피하던 이웃이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빌려 간다는 걸 알게 되신 거죠. 그분이 이 책을요? 그 작가 책은 다정하기로 유명했거든요.
첫 장면이 강하게 남습니다. 처음 본 모습이 기준이 되고, 그다음 장면들은 그 기준에 맞춰 해석되죠. 판단이 빠르면 편합니다. 사람을 금방 정해 두면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틀렸다고 인정하기 싫습니다. 첫인상을 바꾸면 제 눈이 틀렸다는 뜻 같죠. 다시 볼 기회가 적습니다. 한번 피하기 시작하면 다른 모습을 볼 일이 없어집니다.
앞서 고집이 세지는 마음을 적었는데, 사람에 대한 판단도 그렇게 굳기 쉽더군요.
첫인상은 그 사람의 한 장면일 뿐입니다. 그날 피곤했을 수도, 긴장했을 수도 있죠. 앞서 감정 표현이 서툰 성격을 적었는데,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 중에도 속은 다정한 분이 많습니다.
책으로 치면 첫 쪽만 읽고 그 책을 다 안다고 하는 셈이죠. 앞서 책 고를 때 첫 장 보는 법을 다룬 글이 있는데, 첫 장은 참고일 뿐 그 책의 전부가 아닙니다.
앞서 니체 관점주의를 적었습니다. 니체는 하나의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눈으로 볼수록 그 대상을 온전히 알게 된다고 했죠.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처음 본 그 한 각도에 머물면 그 사람은 납작해집니다. 다른 날, 다른 자리에서 다시 볼 때마다 한 겹씩 두꺼워지죠.
첫 쪽만 읽고 덮은 책은 영영 낯선 책으로 남는다. 사람도 다음 쪽을 넘겨 볼 때 비로소 얼굴이 생긴다.
첫인상에 "아직"을 붙이십시오. "무뚝뚝한 사람" 대신 "아직은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으로요. 다른 자리에서 한 번 더 보십시오. 같은 사람도 다른 상황에선 다른 얼굴을 보입니다. 공통점 하나를 찾으십시오. 그 손님처럼 같은 책, 같은 취미 하나가 다리가 되죠. 제 첫인상도 그랬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앞서 첫인상이 차갑다는 말을 다룬 글이 있는데,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오해받았을지 모르니까요.
다음 주에 그 손님이 그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셨다고 합니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로요. 그 이웃이 활짝 웃으며 그 작가 이야기를 한참 하더라고 하시더군요.
첫인상으로 사람을 정하고 싶은 순간은 또 올 겁니다. 그래도 저는 첫 쪽에서 덮지 않고 다음 쪽을 넘겨 보며, 사람을 한 권의 책처럼 천천히 읽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