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세 번 빌려 가신 분이 있었습니다. 세 번 다 앞부분만 보셨다고 하시더군요.
머리가 나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읽는 방법 쪽이라고 봤습니다.
어려운 책에서 제일 많이 걸리는 게 이거죠.
한 문단을 완전히 이해해야 다음으로 넘어가려 하시죠. 그런데 어려운 책은 뒤에 가서야 앞이 풀리게 쓰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붙들고 있으면 영영 못 넘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모르는 채로 지나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게 제일 잘 듣죠.
어려운 책은 한 번 읽어서 아는 책이 아니죠.
첫 번째는 끝까지 가는 게 목적입니다. 절반쯤 모르셔도 됩니다. 전체 모양을 보시는 거죠. 두 번째에 이해가 붙습니다. 끝을 알고 읽으면 앞이 달라지죠.
이걸 아시면 첫 번째 읽기가 훨씬 가벼워지죠. 앞서 다시 읽을 책 고르는 기준을 적었는데, 어려운 책은 처음부터 두 번 읽을 책으로 잡으시면 됩니다.
혼자 정면으로 붙지 마시라는 말씀이죠.
해설서를 먼저 보십시오. 얇은 입문서를 한 권 읽고 들어가시면 속도가 다르죠. 앞서 한 분야 처음 공부할 때 순서를 적었는데, 어려운 책도 같습니다. 옮긴이 해설을 먼저 읽으십시오. 번역서면 뒤에 붙어 있습니다. 이 책이 뭘 하려는 책인지가 거기 적혀 있죠. 다른 판을 보십시오. 같은 책이라도 번역에 따라 읽히는 정도가 꽤 다릅니다. 안 읽히면 내 탓이 아니라 그 판이 안 맞는 것일 수 있죠.
하루에 십 쪽만 정하십시오. 어려운 책은 양이 아니라 꾸준함으로 갑니다. 십 쪽이면 두꺼운 책도 한 달이면 끝나죠.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안 읽히는 문장이 소리로는 읽히는 경우가 있죠. 한 장 끝날 때마다 한 줄 적으십시오. 무슨 얘기였는지요. 못 적으시면 그 장은 안 읽힌 겁니다. 그래도 넘어가시면 됩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지금 읽을 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몇 해 뒤에 펴면 읽히는 책이 실제로 있죠. 앞서 옛날 책이 다시 읽히는 이유를 적었는데, 사람 쪽도 같습니다. 잘못 쓴 책도 있습니다. 어려운 게 다 깊은 건 아니죠. 세 사람한테 물어 다 안 읽힌다면 그 책 쪽 문제일 수 있습니다.
덮으시는 것도 판단입니다. 다만 세 번 다 앞부분에서 덮으셨다면 그건 책 탓이 아니라 방법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려운 책은 이해하며 읽는 책이 아니라, 끝까지 간 다음에 이해가 오는 책이다.
네 번째에는 모르는 데를 넘기며 읽으셨습니다.
끝까지 가시고는 그러시더군요. 마지막 장을 읽으니 첫 장이 무슨 말이었는지 알겠다고요.